‘점포 없는 노점’ 냉방기구 없어, 부채·차광망·파라솔 등에 의지
40℃ 치솟아 ‘고령 상인’ 위험, 손님 시원한 마트로…“장 끊길라”
지난 3일 오후 2시경 예산 역전시장. 5일장이 설 때마다 재배한 채소를 팔러 나오는 전영수(75·여) 씨는 이 같이 토로했다.
전 씨는 “너무 덥다보니 씨를 뿌려도 싹이 나질 않아서 가져올 물건마저 줄었다”며 “손님들이 다 시원한 마트로 가버린다. (매출은) 지난해에 비하면 반토막에 또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터 한복판에서 온도계의 수은주는 39~40℃를 가리켰다.
상인들은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파라솔 위치를 바꿔가며 자리를 옮겼고 차광망이나 담요로 햇빛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차광망을 설치하면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서 파라솔 아래는 흡사 찜질방과 같았고 그늘 아래에서도 35℃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연신 부채질을 하며 흐르는 땀을 훔쳤고, 일부는 수건으로 싼 얼린 물통을 끌어안은 채 버텼다. 상인들과 함께 파라솔 아래 쪼그려 앉자 잔뜩 달궈진 아스팔트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고 금세 옷이 땀으로 젖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문객도 드물었다. 폭염 속에도 40여명의 상인들이 장터를 지키고 있었지만 30여분 간 물건을 사려한 방문객은 10여 명에 불과했고, 오가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같은날 오후 1시경 5일장이 열린 고덕시장은 장날마다 오던 상인마저 눈에 띄게 줄어 한적했다.
10여년 간 장에서 수산물을 팔고 있는 A(78·여) 씨는 “너무 더워서 장 규모도 작아졌다”며 “더위가 계속돼 장이 끊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성시장의 경우 폭염이 찾아오기 전 장이 서지 않아도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다.
햇빛을 피해 식당의 처마 아래 자리를 잡은 채소상 이기세(78·여) 씨는 “요근래엔 손님도 없고 팔리지 않아서 그냥 앉아있다가 가게 된다. 그래서 장사꾼들도 잘 안 나온다”며 “며칠씩 안 팔리면 물건을 결국 버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장날 장터에 나오는 상인들이 대부분 고령이다보니 이를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예산 역전시장을 찾은 이모(40·여) 씨는 “온열환자도 급증하고 있다는데 땀을 저렇게들 흘리시며 자리를 지키시니 걱정된다”며 “잠깐 들린 건데도 괜히 나왔다 싶을 정도인데 어쩌면 좋냐. 더위가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