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칼럼]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보수란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고 하는 성향을 가리키고, 진보는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객관적인 현실을 지배하는 법칙에 따른다는 의미)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가리킨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과 현상유지를 바라는 것은 선과 악으로 구분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다. 변화를 통해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고, 현상유지가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보수파는 대체로 반공주의, 재벌 중심 시장경제 인정, 강력한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수 진영은 자신들이 한국 경제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라고 평가한다. 5·16 군사정변 후 새마을 운동을 통한 농촌 환경 개선과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부터 제5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국가로 만들었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도 그만큼 발생하였지만, 개개인의 경제적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진보파는 남한과 북한의 화해, 복지 확대, 민주화 확대 등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진보 진영은 자신들을 과거 권위적 정치를 없애고 민주화를 이끌어낸 민주화의 주역들이라고 평가한다. 주로 2차 산업의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농촌의 피폐화, 노동력의 착취, 인권의 유린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권력은 일부의 정치인들에 의해 독점되었고, 경제와 정치는 유착되어 경제적 권력과 정치적 권력이 결합하였으며, 이에 따라 부정과 부패는 만연하였다. 경제적 성과라는 결과는 수단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잣대를 부수어 버렸다. 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시민들의 삶은 세계 10위의 수준과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보통의 우리는 진보나 보수의 대립보다는 더 나은 경제수준의 삶을 원하고,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를 바라며, 공평하고 다정한 세상을 원한다. 정치와 경제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당은 정책으로서 경쟁하여야 한다. 정당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당은 그들이 보수이든 진보이든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의 우월성을 그들의 상품으로 내어놓아야 한다. 얼마 전의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홍보하기보다 다른 정당의 정책을 비난하는 일에 집중하면 결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우리는 분명하게 목격하였다.

야당은 건전하고 힘 있게 존재해야 한다. 권력은 부패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강력하고 균형 잡힌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야당의 재건을 기다린다. 여당도 야당도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을 자신들이 아니라 소중한 국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정당으로 거듭 나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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