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초엽, 제(齊)나라 위왕(威王) 때의 일이다. 초나라의 침략을 받은 위왕은 언변이 좋은 순우곤을 조(趙)나라에 보내어 원군을 청했다. 순우곤이 그의 특유한 언변술로 10만의 조나라 원군을 이끌고 돌아오자 초나라 군사는 밤의 어둠을 타서 철수하고 말았다. 전화(戰禍)를 모면한 위왕은 주연을 베풀고 순우곤을 치하하며 환담했다. “그대는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 고” “신은 한 되(升)를 마도 취하옵고 한 말(斗)을 마셔도 취하나이다” “허, 한 되를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 어찌 한 말을 마실 수 있단 말 인고?” “예, 술이란 경우에 따라 주량이 달라진다는 뜻이옵니다. 만약 대왕과 함께 마신다면 두려워서 한 되도 못 마시고 취할 것이 오며, 또 옛 벗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 마신다면 대여섯 되쯤 마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해가 지고 나서 취흥이 일면 남녀가 무릎을 맞대고 신발이 뒤섞이며 ‘술잔과 접시가 마치 이리에게 깔렸던 풀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배반낭자(杯盤狼藉:잔과 쟁반이 흩어져 있다)’되고, 집 안에 등불이 꺼질 무렵 곁에서 젊은 여인의 향기로운 향내가 풍기고 비단옷의 엷은 속적삼의 옷깃을 헤쳐 감정이 솟아난다면 그 땐 한 말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이 옵니다” 이어 순우곤은 주색을 좋아하는 위왕에게 이렇게 간했다. “전하, 술이 극에 달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픈 일이 생긴다(악극환생:樂極渙生)’고 하였사오니 깊이 통촉하시오소서” 위왕은 그 후 술을 마실 때에는 반드시 순우곤을 옆에 앉혀 놓고 마셨다고 한다.

우리들은 무슨 일을 하든 항시 마음먹기 달려있는 듯하다. 언제나 계획을 철저히 세워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스로 행할 때 배반낭자(杯盤狼藉)가 되지 않는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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