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낙원 천수만

▲ 서해 낙조를 배경으로 군무를 펼치는 가창오리 떼를 멀리서 바라보면 먹구름을 연상케 한다.
푸르름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간월호의 가을 하늘.
그 푸르디 푸른 간월호의 하늘이 일순 잿빛으로 물든다.

수백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빠알갛게 하늘이 물드는 저녁 무렵 철새 떼가 부상하는 모습은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답고 장엄하기 그지없다.

멀리 시베리아로부터 날아온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를 비롯한 기러기와 새오리 등의 겨울철새 떼.

간월호의 수면과 하늘을 온통 뒤덮는 수십만 마리의 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똑같이 생긴 놈들끼리 몰려서 예까지 날아왔을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개중에는 큰고니(백조), 새오리,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끼어 있다. 그러나 뒤섞임은 수면에서뿐 호수는 철새로 뒤덮여 시커멓다. 귀띔이 없다면 철새 무리인 줄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철새들의 천국, 간월호는 역사적인 인공호수다. 지난 1984년 현대가 희대의 아이디어로 물막이를 성공시켜 조성한 천수만 간척지, 바로 그 곳에 만들어진 호수다.

꽥꽥대는 울음소리로 시끄러운 호수, 길 옆으로 인기척이 느껴지자 한 무리의 가창오리 떼가 멀리서 수면을 박차고 비상했다. 하늘로 오른 오리떼. 집단 비행 광경은 멀리서 밀려드는 먹구름을 연상케 한다.

시커멓게 무리지어 날아오르던 새들은 공중에서 자기들만의 귓속말을 나누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꽂듯 하강해 다시 수면으로 착륙한다.

이런 장관에 취해 호숫가에서 보낸 시간 반. 그동안 오리 떼는 십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에어쇼를 펼쳐 보이며 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간월호 제방을 따라 해미천 쪽으로 한참을 올라가자 새오리와 추수 끝난 들판에서 낙곡(落穀)을 주워 먹던 큰기러기가 여기저기서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른다.

녀석들이 내려앉은 저 멀리 노란부리를 뽐내며 연신 물 속을 들락거리는 저어새 10여 마리. 이 광경은 기억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진풍경이다.

간척지는 현재 서산 AB지구의 논과 간월호로 나뉘는데 이 호수가 지금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됐다.

대전에서 출발하면 두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

불과 100여㎞ 떨어진 곳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을 거라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곳에는 이런 장관들이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반년 동안이나 계속된다.

오는 동안 계룡의 자락에 펼쳐진 아름다운 산수를 구경하다 보면 두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고 하늘을 수놓는 새떼들의 향연을 보노라면 운전하느리 피곤했던 몸도 절로 기운이 솟아남을 느끼게 된다.

또 간월호를 중심으로 서해안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갖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겨울철새들이 오기 시작하는 10월부터는 이곳의 명물인 대하와 꽃게, 어리굴젓 등이 나오기 시작할 뿐 아니라 뻘낙지와 새조개 등 서산의 특산물도 12월이면 제맛을 내기 때문에 간월호에 오게 되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동시에 즐기고 갈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국에 탐조여행으로 가 볼 만한 곳이 10여곳이 넘지만 그 중에 새의 숫자나 주위경관, 주변환경 등을 고려할 때 천수만을 제일로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이곳에서는 서산시에서 주최하는 천수만 철새축제가 열리게 돼 가족과 함께 자연을 탐닉하면서 자녀에게 유익한 체험을 해 주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취위가 심해지기 전에 이들을 찾아 멋진 사진 한 장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몇시간의 운전이 대수이겠는가.

영원히 이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볼 수만 있다면….

그러나 이들의 천국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기계화 영농단지인 서산 AB지구에 개별영농이 시작되면서 철새들의 수는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밀렵과 철새를 보기 위해 천수만을 찾는 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이들의 서식지와 생활환경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올해가 마지막은 아닐지,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 간월호 철새의 멋진 낙조비행을 감상하던 사람들은 그래서 즐거움보다 근심이 앞선다.
탐조여행을 하면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새들은 민감해서 가까이 다가가거나 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다른 곳으로 피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서 살펴야 한다. 쌍안경과 망원경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초보자는 시야가 넓고 어지러움이 덜한 쌍안경이 적당하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하려면 20∼25배 배율에 삼각대까지 갖춘 망원경이 좋다.


※ ?찾아가는길

▲ 자가용 이용시:
1.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 32번국도 → 서산 → 649호 지방도로 → 부석 → 서산 AB지구 방조제 → 간월암
2. 경부고속도로 천안IC → 아산 → 예산 → 29번국도 → 덕산 → 해미 → 서산 → 부석 → 서산 AB지구 방조제 → 간월암

▲ 대중교통 이용시
서산공영버스터미널에서 간월암까지 시내버스 수시운행. 40분 소요 (안내 041-660-2114)

※ 먹을거리

간월도는 익히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 또 영양 만점의 굴밥은 한번 맛보면 다시 찾을 정도로 별미 중의 별미다. 특히 굴밥의 원조로 알려진 천수만 굴밥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간월도 항포구에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에서는 대하구이와 꽃게찜, 전어구이 등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 천수만 굴밥(675-9005), 항구 횟집(662-4088), 오뚜기횟집(662-2708), 맛동산 (669-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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