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대청호
선착장부터 문의수역까지 갈색빛 해파리 수천마리
띠 둘러 떠 있는 듯 보여…내주 조류경보 발령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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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 곳곳에 갈색 해파리로 보이는 부유물들이 넓게 퍼져 있다. 홍서윤 기자
마치 갈색빛을 띠는 해파리 수천마리가 떠있듯 폭염 속 대청호 현장은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온갖 부유물들로 진통을 앓고 있었다. 수은주가 35.9℃를 가리키던 2일 오전 11시경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과 배를 타고 대청호를 둘러보니 수역 전체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대청호는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 지형 특성상 물의 속도가 느려 1998년 조류경보제 시행 이후 두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조류경보가 발령됐던 곳이다.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이래 연일 최고기온을 넘나들면서 대청호 표층수온도 33~35℃를 왔다갔다 하며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대청댐 선착장 입구에서부터 대청호 끝단인 문의수역까지 수면을 따라 20여분간을 올라가보니 가는 곳곳마다 수면 위로 부유물이 넓게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유물은 수역 전체에 퍼진 것이 아니라 마치 뱃길을 안내하듯 길게 띠를 둘러 포진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갈색빛 해파리가 수천마리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입지류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번처럼 대량으로 부유물이 몰려있는 것은 현장관계자들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강물환경연구소 이재정 박사는 “물 표면에 이렇게 부유물들이 많이 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수온이 높아지면서 주변 퇴적층이나 바닥에 붙어있던 유해물과 부유물질들이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부유물 안에 있던 영양물질들이 농축돼 조류 발생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의수역 취수탑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선박을 멈추고 컵에 물을 떠 살펴보니 우려했던 것과 달리 물 색깔은 투명했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살펴보니 녹조의 원인으로 불리는 유해남조류들이 세탁 분말 세재같이 크고 작은 알갱이들 같은 모습으로 많이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환경청에 따르면 이번주 문의수역 유해남조류 수치는 5874cells/mL이며 현재로써는 다음주 1000cells/mL을 한번 더 넘어서 조류경보제 관심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

조류경보 발령은 예년보다 2주가량 늦은 편인데 장마기간도 절반으로 짧았던 데다 워낙에 고온인지라 유해남조류들도 맥을 못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관리하는 유해남조류 4종 중 마이크로시스틴만 초고온에서 서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은 일반 도심보다 더 강해 조류 제거 작업반들도 고생을 겪고 있다.

그나마 햇빛이 덜한 오전 6시부터 나와 일하고 있지만 더해지는 폭염에 조류를 말끔히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다.

김동진 금강유역환경청장은 “조류는 5m 아래 서식하지만 물은 15m 아래에서 취수해 수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8월말까지 폭염이 계속되면 녹조수치는 자연히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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