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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상처투성이 가족 - 2편, 
네 살 터울 둘째 아들도 나가
경자氏 “남편 폭력에 망가져… 연락만이라도 하는 게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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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 1녀를 둔 이경자(53·가명) 씨는 남편의 술주정과 무자비한 폭행으로 아들 둘과 연이 끊겼다. 남편은 하루하루를 술독에 빠져 살았고 집에 오면 흉기를 휘두르며 자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씨는 13년 전 그날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첫째 아들 용찬(31·가명) 씨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무렵이다. 그 해 수학여행을 가야 했지만 집에 돈이 없어 경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사정을 딱히 여긴 용찬 씨의 담임선생님은 사비로 제자의 경비를 지원해줬다. 그렇게 용찬 씨가 수학여행을 떠나게 된 날이 왔다. 당일 아침 아버지 박 씨는 술에 잔뜩 취해 떠나려는 버스를 붙잡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아들을 구타했다.

결국 아들은 수학여행을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순간적인 우울증세와 괴로움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아파트 10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된 엄마 경자 씨는 미친 듯이 달려가 아들을 붙잡았다. 용찬 씨는 창틀 난간에 가까스로 매달렸고 엄마는 울부짖으며 아들의 팔목을 끌어당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자 씨의 손에 힘이 빠져나갔고 아무리 소리쳐도 주변 이웃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둘째 아들이 마침 귀가했고 힘을 합쳐 용찬 씨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용찬 씨에게 이미 ‘가족’은 자신을 언제 어디서나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두렵고 무서운 위협의 존재가 돼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갔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형을 쫓아 4살 터울 둘째 아들 역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채 가출해 그렇게 경자 씨는 아들 둘을 잃게 됐다.

그나마 현재 군복무 중인 셋째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딸 수정이만이 경자 씨의 곁에 남아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경자 씨는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두 아들 모두 소식을 알지 못한다.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모든 게 망가졌다”며 “남편의 폭력으로 유산도 세 번이나 했다. 죽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고 덤덤히 고백했다. 이어 “정상적인 아버지를 갖게 해주지 못한 엄마로서의 책임이 크다”며 “왕래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연락이라도 한 번만 해줬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8월 10일자 3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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