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폭염으로 많은 축제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전통있는 대규모 행사는 그런대로 꾸려 나간다지만 면이나 마을단위 축제는 불볕 더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기야 전국에서 열리는 3000여 개를 헤아린다는 크고작은 축제에 대하여 오래전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전문가에 의한 촉박한 준비기간, 다른 행사와 변별력이 미흡한 기획과 콘텐츠, 성급한 수익창출 의지와 과도한 지자체 홍보지향 등 오랜 지적사항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축제를 비롯한 문화공간과 이벤트의 최대 지향점이 '환대'와 '재방문'에 있다면 한번 들렸던 축제에 다시 오도록 유도하는 역량발휘에는 대부분 취약하다. 이름만 다를뿐 비슷비슷한 프로그램, 전국을 순회하는 업자들의 과도한 공간점령과 환경혼탁, 특산물 축제의 경우 대도시 도매시장보다 더 비싼 가격과 불친절 등 해를 거듭해도 개선의 기미가 더딘 축제행사의 블랙홀을 벗어날 때 우리 축제의 도약을 기대해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 정중헌)가 8월 10~12일 축북 영동군 심천역 일원에서 개최하는 '생활연극축제'는 취지나 구성, 종전 지역축제 행사의 상투성을 벗어나려는 기획 등으로 주목할만 하다. 하루에 무궁화호가 몇 번 정차하는 한적한 역 광장, 특산물 직거래 장터와 함께 연극, 뮤지컬, 품바 공연, 초보자를 위한 연극강습, 음악과 국악, 시와 수필 낭독, 노래와 춤 등을 엮어 적극적인 관객참여로 농촌문화 저변확대를 도모한다고 한다. 전문가와 아마추어 출연자가 함께 어울려 종전 '보여주기' 무대를 탈피하여 새로운 축제모델로 이어지기 바란다. 농촌인구 감소로 이용이 저조한 실내외 문화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연령과 취향의 차이를 넘어 팍팍한 일상에 흥과 신명을 돋구는 감성지향 무대라는 정중헌 이사장의 설명이다.

적막한 농촌지역 역 주변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이벤트 콜라보로 누구에게나 잠재한 연희본능(演戱本能)을 일깨워 자연스럽게 무대로 이끌어 공감과 소통으로 공연예술의 사명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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