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 단장 연구팀이 중수(deuterated water)를 이용해 생체분자 움직임 관찰 시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인체 내 다양한 활동을 살피려면 용액 내에서 생체 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다.

이미 액체가 든 얇은 그래핀 주머니를 고안해 탐구 기반을 마련한 IBS 연구진은 비교적 짧았던 관찰 시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이번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일반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면서도 중성자가 있는 중수소로 구성돼 전자와 상호작용 때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 중수(D2O)에 주목했다.

전자 상호작용이 고려돼야 하는 건 전자빔을 시료에 쏘는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생체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물은 빠른 속도의 전자를 만나면 수소와 과산화수소 등으로 분해된다. 이때 시료인 생체 고분자가 손상돼 연구를 위한 충분한 관찰 시간을 얻을 수 없고, 그래핀 주머니 안에 공기방물이 생긴다.

연구진은 중수와 물에서의 고분자 손상을 비교했더니 중수 안의 고분자가 2배가량 더 오래 관찰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수 안 고분자는 그래핀 바닥과의 흡착·탈착 과정과 점프 현상을 보여 실제 물속에 있는 분자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다른 용액의 경우 전자빔에 노출됐을 때 최대 150초가량 후 공기방울이 가득 찼으나, 그래핀 주머니에선 이 시간이 200초 이상 늘어났다.

이번 연구는 액체-투과전자현미경 분야에서 중수를 이용한 첫 사례라고 IBS 측은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제 1 저자인 후안 왕 연구위원은 "전자현미경에서 고분자 시료가 손상되는 문제를 근본적인 단계에서 진전시킨 셈"이라며 "지난해 노벨상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은 저온전자현미경에서도 중수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관찰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달 18일(미국 동부 기준) ACS 나노(ACS Nano)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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