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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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황정민 "말로 하는 액션이 어려워 자괴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말로 하는 액션이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죠. '대사 외워서 하면 되겠거니'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러가다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괴감을 느꼈죠"

배우 황정민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천만 배우 중 하나다. 연극 무대와 뮤지컬,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그지만 8일 개봉하는 첩보영화 '공작'에서만큼은 커다란 벽을 만난 듯했다고 한다.

윤종빈 감독 신작 '공작'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북풍 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던 대북 공작원 '흑금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 첩보영화다.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식 첩보 액션영화와 달리 실화에 기반을 둔 '공작'은 철저하게 액션을 배제한 채 오로지 대사와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1일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감독님이 모든 대사가 관객들에게 액션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더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애를 먹은 신으로는 처음으로 조선노동당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 분)과 만나는 장면을 꼽았다.

"대만에서 촬영했는데 그날 저하고 성민이 형 모두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찍고 나서 자괴감에 빠졌죠. 솔직히 배우끼리 힘들다는 이야기 잘 안 하는데 그 이후로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성민이 형한테 힘들다고 하니까 성민이 형도 '너도 그러냐'고 하더라고요"

'공작'의 '말로 하는 액션'은 천만 배우 황정민조차 자괴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난도 높은 도전이었지만, 결국 단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고 밀도 있는 긴장감을 빚어냈다.

황정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분명 싸움 안 하고 피도 안 나는데, 더 많은 주먹질을 본 것 같고 더 많은 피가 낭자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은 박석영은 실존 인물인 '흑금성' 박채서 씨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박 씨는 이명박 정권 때인 201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6년간 옥살이 후 2016년 출소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윤 감독과 황정민을 비롯한 배우들은 실제 박 씨를 만났다. 황정민은 그를 '눈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사람 눈을 보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분을 만났을 때 전혀 눈을 읽을 수 없었어요. 오랫동안 그런 일을 해서 내공이 쌓여서 그런지 마치 벽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박 씨는 활동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에서도 박석영은 리명운과 함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연기자들이 유난히 NG를 많이 냈다고.

"사흘 동안 세트에서 찍었는데 촬영하다 보니 박석영이라는 인물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거기다 공간이 주는 위압감이 느껴졌어요. 제가 정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면 100% 오줌을 지렸을 것 같아요"

가장 마음에 든 신으로는 박석영과 리명운이 말없이 연출한 엔딩 장면을 꼽았다.

"리명운이 시계 찬 손을 들어 올리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좋아요. 두 인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고 화합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크게는 남과 북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것 하나로 달려온 거니까요"


'공작'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횡행한 전 정부 때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졌고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첫 촬영에 들어갔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7월 촬영을 마쳤지만 당시 북한이 연일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탓에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후반 작업 중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4·27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황정민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두 정상이 구름다리 같은 곳을 건너면서 대화하는 모습이 TV로 나오는데 저희 영화에도 박석영과 리명운이 구름다리를 걷는 장면이 있거든요. 또 두 정상이 마주 보는 장면이 꼭 우리 영화의 엔딩 같더라고요. 그러니 저희 기분이 어땠겠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뭉클함이 밀려오더라고요"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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