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쉼터? 더 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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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 서구 갈마동의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주민센터로, 무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은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사진=윤지수 기자
지난 11일부터 폭염경보가 20여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각 지자체들이 마련한 일부 무더위 쉼터는 낡은 시설과 관리소홀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지역에선 동구 185곳, 중구 133곳, 서구 195곳, 유성구 206곳, 대덕구 137곳으로 총 856곳이 무더위쉼터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30분경 대전 서구 갈마동의 갈마2동 주민센터 입구에는 '무더위 쉼터'라는 안내판이 쓰여 있지만, 민원인 5~6명의 방문으로 주민센터는 금세 붐볐다. 쉼터라고 해서 쉬어가기엔 소파 3개가 전부였으며, 이마저도 서류접수대와 창구 등으로 공간이 협소해 쉬었다 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31℃에 달하는 온도에도 주민센터 앞 야외 벤치에 앉아 있던 이정동(72) 씨는 "무더위 쉼터가 어디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주민센터는 일만 보러 가는 곳이라 덥다고 잠깐 쉬러 들어가기엔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동구와 중구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대전 동구의 한 경로당 문은 잠겨 있어 이용할 수조차 없었다. 중구 은행동의 한 경로당은 기증받은 벽걸이 에어컨 한 대와 선풍기 5대 등으로 여름을 나고 있지만, 에어컨 용량이 작고 낡아 경로당 내부 온도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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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무더위쉼터는 노후화된 에어컨으로 더위를 나고 있었다. 사진=윤지수 기자
오전 11시경 32.3℃를 기록하는 날씨에도 대전 중구 대흥동의 무더위 쉼터는 입구부터 불을 꺼놔 어두컴컴했다. 늘 열려있는 ‘할아버지 방’에 달리, ‘할머니 방’은 화·금요일에만 문을 열다보니, 일부 할머니들은 근처 공원 정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또 위급상황을 대비해 비상구급함이 마련돼 있어야 하지만 이날 돌아본 3곳의 경로당에선 구급함을 찾을 수 없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무더위쉼터도 노후한 에어컨으로 어르신들이 더위를 호소하고 있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으로, 하루 평균 25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방문하지만 에어컨 바람 방향이 고장 나 리모컨 등으로 고정해 작동시키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에어컨이 낡아 바람이 약해 멀리 앉아있는 곳엔 바람이 오지 않아 선풍기를 추가로 돌리면서 냉기를 퍼뜨린다"며 "지난달에 동사무소에서 관리를 나왔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내달 30일까지를 폭염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추가로 무더위 쉼터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재해구호기금과 특별교부세 및 자체예산 등으로 무더위 쉼터에 물품과 냉방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차후 무더위 쉼터 지정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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