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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이 된 느티나무 가로수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7월 31일 화요일 제18면     승인시간 : 2018년 07월 30일 16시 43분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사람이 쓰러진다. 가축들이 폐사를 한다. 태양을 자양분 삼던 과일이 화상을 입었다. 땅 냄새 맞고 자라던 들깨가 타죽는다. 태풍이 비껴가지 않고 우리에게 와 주기를 바라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아내가 처음으로 "집에 에어컨을 사야겠다"고 한다. 우리 집은 야트막한 산 아래 위치해 있어 베란다 문을 열면 숲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웬만한 폭염도 선풍기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더위는 숲의 시원한 바람도 선풍기의 강풍도 모두 삼켜버렸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찜통더위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옥수수를 찌고 있는 대형 가마솥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랄까?

지구촌 곳곳이 폭염에 따른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스웨덴은 산불을 잡기위해 공군비행기를 이용해 포탄을 투여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소방관의 목숨까지 앗아가면서 새크라멘토 강을 넘어 민가가 많은 레딩지역으로 이동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불길이 번지는 샤스타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리스는 최악의 산불로 최소 8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곳에 폭우가 강타해 주민 및 관광객이 고립되었다. 지구촌 모두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는다.

이 찜통더위에도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거리를 나온다. 시장을 보러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러 가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는 거리를 걷는다. 청주시내 모든 도로에는 인도가 있고 그곳에는 가로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헌대 뙤약볕을 피해 걸으려 해도 몽글몽글하게 이어진 나무그림자는 사람을 포옹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동네 둥구나무 아래서 더위를 피했던 기억을 가지고 나무 위를 바라본다. 나무는 기둥만 굵었지 그늘을 만드는 가지는 싹뚝 잘려나갔다고 새로 솟아 난 잔가지는 축축 늘어졌다. 이유는 다양하다. '민원 때문에, 전기 줄 관련법이 상위법이라, 자르는 김에 균형을 맞추려고 등등등…'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둥만 굵게 만드는 청주시의 가로수 정책은 사람들의 얼굴을 찌뿌리게 한다. 뒤에서 걸어오는 시민이 한소리를 한다. "시민들이 시원한 그늘에 여유 있게 걸어가는 것을 청주시는 눈뜨고 볼 수 없는 게지" 가로수가 제 구실을 하면서 그늘을 만들고 그곳에 사람들이 걸어가는 청주시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이 뙤약볕 아래 땀을 벌벌 흘리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수양버들이 된 느티나무 가로수는 어떤 생각을 할까?

폭염을 피해 사람들은 산과 강 바다로 떠났다. 도시는 한산하다. 인도에는 사람의 흔적마저도 지워졌다. 그 위로 찐빵 모양을 한 가로수는 스스로의 몸마저 그늘로 덮지를 못한다. 횡단보도의 후끈한 그늘막이 사람을 담아낸다. 어머니가 기쁜 마음을 전하려 전화를 주셨다. "보은에는 소낙비가 내리는데 청주는 어떠냐고?" "아직은.. 여기도 바로 오겠지요." 간절히 기다리던 빗줄기가 흠뻑 내려주길 기다리며 창문 밖을 응시한다.

미세먼지와 폭염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도시 숲이다. 숲이 사라지면 사람의 행복도 함께 사라진다. 도시 숲에서도 가장 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것이 가로수다. 가로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녹색벨트이자 생물다양성 연결선이다. 온실가스 흡수원이자 미세먼지 킬러다. 살맛나는 도시는 가로수가 가로수답게 도시를 지키고 있다. 공공재인 가로수 가치를 만들기 위해 가로수 관리번호 도입 등 세심한 행정이 요구된다. 에어컨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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