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이용균 대전시 부교육감


얼마전까지 실업계고 또는 전문계고로 불리었던 특성화고는 1899년 고종의 칙령으로 ‘관립상공학교’로 설립돼 농·상·공업 교육이 이뤄졌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특성화고는 산업인력 수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공부보다는 기술에 더 적성이 맞고 조기 취업을 원하는 학생에게 좋은 대안이 돼 왔다. 아울러 70~80년대 경제개발 시기에 최고 전성기를 누렸으나, 대학문호가 개방되고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예전과 같은 활기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대졸취업난이 계속되고,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이제는 사회 모두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졸취업난의 경우 매년 4년제 대졸자가 44만명 나오는 데에 비해 연봉 3000만원이 넘는 일자리는 20만개에 불과하고, 4년제 대학이상 실업자가 올해 5월 현재 40만2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은 청년으로 하여금 모든 꿈을 포기케 하는 5포, 7포, N포세대로 연결되고, 30대 비혼인구 36.3%와 합계출산율 0.9명이라는 우려스러운 기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편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및 예외직종 최소화, 비정규직 제로화와 같은 강력한 조치들은 소득양극화 완화, 워라밸 실현 등 상대적으로 저학력, 저임금 근로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청은 과도한 학력경쟁과 대졸취업난을 줄이고 적성위주 교육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성화고 학생에게는 학비를 면제시켰고, 취업후 대학에 갈 경우 정원외 모집과 재직자특별전형을 실시했으며, 한밭대 등 전국 15개 유수대학이 참여한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과, 중소기업 고졸재직자가 대학 진학시 학기당 320만원 장학금 지원 등이 그 사례이다. 지난해 전국 공공기관 361곳의 고졸자 정규직 채용이 1858명에 이르고 있으며, 대전여상의 경우 2014~2016년 졸업생 257명이 공무원, 한국공항공사, 삼성, KB국민은행 등 대기업에 취업했음을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정부, 공공기관, 금융권에서도 특성화고 출신자 공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편 대전 관내 특성화고에서도 학과개편이 계속 진행 중인데, 부사관학과, 드론전자학과, 제과제빵과 등을 설치하여 학생의 선호도 차이를 반영하고 학교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2025년이 되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지금 일자리의 47%가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저성장 기조 고착화, 제조업의 성장동력 상실, 기업의 투자의욕 하락으로 현재의 대졸실업난이 개선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고교졸업-대학진학-취업’ 이라는 고정화된 관념에서 벗어나, 고교졸업후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고 자기 적성과 향후 인력수요를 감안하여 대학과 학과를 선택케 하는 진로설계가 확대돼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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