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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상처투성이 가족 - 1편
경자씨 ‘강제결혼’…폭력 시달려, 첫째·둘째아들 가출…연락 두절 군대간 셋째·막내딸 걱정 ‘한숨’

“애들 아빠랑은 강압적으로 결혼하게 됐어요.” 남편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기자의 물음에 이경자(53·가명) 씨가 한참을 망설인 뒤 어렵게 내뱉은 답이다.

그렇게 이 씨는 끔찍했던 32년 전을 그날을 떠올렸다. 당시 21살, 이제 막 피어나는 한 송이 꽃같았던 경자 씨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당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곧바로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남편 박 씨를 만나게 된 것도 대전의 한 신발공장. 같은 직장 동료였던 남편은 9살 많았고 경자 씨를 오랜 기간 쫓아다니며 구애했다.

이 씨는 “어느 날 남편이 술이 잔뜩 취해 집으로 찾아왔다. 인근에 공사장으로 끌고 가 만나 달라며 협박했다. 그렇게 그날 밤 폭행을 당했는데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시대적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괴로웠던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친정집에는 말도 못하고 제대로 된 예식도 올리지 못한 채 강제로 살게 됐다”며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지금 생각해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한 많은 이 씨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은 그때부터였다. 남편은 매일 술에 취해 왔고 경자 씨만 보면 손을 올렸다. 그는 “나만 때리면 차라리 괜찮은데 아이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니 그때는 정말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인사불성으로 집에 들어오면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둘렀고, 지금도 온몸이 흉터 투성”이라며 상처를 꺼내보였다<사진>. 이어 “큰일나게 생겼으니 오죽하면 당시 시어머니께서 친오빠에게 나를 친정으로 데려가라고 할 정도였다”며 끔찍했던 세월을 전했다.

경자 씨는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지만 남편의 폭력으로 첫째와 둘째아들은 10여 년 전 가출해 연락두절 상태다. 현재 군복무 중인 셋째아들과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딸 수정(13·가명)이 만이 경자 씨가 유일하게 기대고 의지할 버팀목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된 수정이 역시 심리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수정이 역시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 매사 불안해하고 위축돼 있다.

경자 씨는 “수정이가 내년에 중학교도 입학하고 자아도 점차 형성될 시기인데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을 지 심히 걱정된다”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애 아빠가 수정이에게 만큼은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라고 한숨을 토한다. <8월 3일자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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