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와 다음 주 휴가인파가 집중되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어김없이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리고 피서객들은 모처럼 나선 나들이 길에서 언짢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올 것이다. 여름철 성수기, 어느 정도 소비지출을 염두에 두고 떠났다지만 막상 현지에서 경험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의 불쾌함, 나아가 모욕감은 올해도 반복된다. 휴가지 상인단체에서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자정활동과 자율규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한 철 장사로 일 년을 버티는' 대다수 상인들의 빗나간 욕심으로 이런 전근대적인 악습은 이어진다.

연중 휴가기간 분산을 외쳐오지만 여전히 '7(월)말8(월)초' 관행은 답습된다. 학생들 방학이 이 기간에 집중되고 직장인들도 예년의 일정을 반복하다보니 한창 더운 날씨에 집을 떠나 고생하며 바가지를 쓰고 불쾌한 추억을 안고 돌아오게 마련이다. 바가지를 포함한 이런 일련의 경험 자체를 즐긴다면 별문제겠지만 피서지에서의 탈법, 무법 관행은 개인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병리현상으로 정착되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바캉스'라는 개념의 원조 프랑스에서도 여름 한철 휴가인파가 몰리기는 매일반이다. 특히 파리에서 지중해 마르세유로 이어지는 A6 고속도로는 7~8월이면 몸살을 앓는다. 부유한 사람들은 호화스러운 별장에서 요트며 고급 레포츠로 휴가를 즐기겠지만 서민들은 자동차를 몰고 친지집이나 저렴한 숙소, 캠핑장을 이용하면서 알뜰하게 준비한 덕분에 우리처럼 바가지 상혼의 피해에서 어느 정도 비껴가고 있다. 해마다 정초가 돌아오면 올해 바캉스는 어디로 떠날까를 상상하며 그 준비과정을 통하여 나날의 따분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위안과 행복을 느끼는 삶은 긍정적이다. 몇 달에 걸쳐 세밀하게 챙겨가며 검소한 휴가계획을 세운 사람들에게 바가지 상혼이 파고들 여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 한 병 과일 하나도 알뜰하게 미리 준비하며 지출을 줄여가는 휴가문화로 고질적인 바가지 악습에 맞서야 하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 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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