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충북도교육청 사무관

공무원에 임용되고 가장 많이 듣고 접한 단어 중 하나가 '청렴'이다. 사무실, 화장실, 구내식당, 회의실 등 공공기관 청사 어딜 가나 청렴 문구를 쉽게 접한다. 이는 아직도 우리 공직사회가 청렴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에 나는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뉴질랜드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청렴도 순위 1위 등 최상위권에 여러 번 올랐다. 우리 대한민국은 50위권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원에게 청렴 선진국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이라고 답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용서란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 위반에는 이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 나는 뉴질랜드가 청렴한 나라가 된 것은 무관용 원칙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교육의 힘'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 이유를 뉴질랜드 교민 김순덕 씨의 인터뷰 기사에서 찾았다.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김 씨는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때 어린 아들을 잃고 훈장까지 반납하며 뉴질랜드로 이민 왔다.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 등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뉴질랜드에 와서 한국 국민은 교육을 잘못 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개인보다는 이웃이나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도록 교육을 받고, 개인 과제보다 그룹 과제를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한국이 나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을 받다 보니 나만 피해를 보지 않으면 괜찮다는 분위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씨랜드 화재 참사로 유치원생 19명 등 23명이 숨졌다. 씨랜드 참사에서도 청소년 수련시설 인허가 비리와 불법운영으로 공무원 16명이 구속됐다. 이러한 큰 대형참사 뒤에는 어김없이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있었다. 나와 내 자식, 내 가족만 잘살아 보겠다고 하니 공동체 의식이 무너졌다. 공동체 의식이 무너진 한국에서의 대형 참사는 예고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른다.

뉴질랜드가 공동체 의식 함양 교육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그들의 교육목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클랜드교육청의 교육목표는 ‘모든 뉴질랜드 국민을 위한 교육적 성취증진 및 열망신장(Lifting aspiration and rasing educational achievement for every New Zealander)’이다. 개개인을 위한 교육보다 모든 국민을 위한 교육이 그들의 교육목표이기에 공동체 의식이 충만하다. 뉴질랜드는 청정한 공기와 더불어 개개인의 탐욕보다는 타인을 배려하고 다 함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현지 한인 교포들에 따르면 이들은 돈으로 가치를 판단하지 않고, 준법정신이 투철하다. 공동체 의식 교육을 받은 뉴질랜드 학생들이 자라나서 공무원이 되니, 뉴질랜드 공무원들이 청렴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충북교육이 지향하는 ‘함께 행복한 교육’도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육이다.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교육이 청렴한 공무원을 만들고, 청렴한 공무원이 청렴한 나라를 만든다. 공무원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멋진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훌륭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그것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청렴하지 못하면 그런 비전과 정책은 허상과 허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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