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뉴욕타임스 과학'

다윈부터 구글카까지…기사로 읽는 과학사 150년

신간 '뉴욕타임스 과학'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아인슈타인의 빛에 관한 이론이 개기일식 탐사단의 조사로 입증되었지만,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 이론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늘의 빛이 온통 휘어져 있다'는 시적인 제목이 달린 1919년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 성과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정합성을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뤄진 별의 관측을 통해 확인한 역사적 순간을 소개한 기사다.

이 기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50대의 스위스 과학자라며 무명의 학자처럼 소개하는 내용과 그가 출판사에 연구 원고를 넘기면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12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뉴욕타임스 과학'(원제 The New York Times Book of Science·열린과학 펴냄)에 실린 기사 중 하나다.

이 책은 과학 저널리즘의 최선전에서 활약해온 뉴욕타임스의 과학 기사를 통해 근현대 과학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13년 동안 뉴욕타임스 과학 전문 섹션 '사이언스타임스'를 이끈 데이비드 코코런 전 편집장이 엄선한, 1860년부터 2015년까지 150여 년 동안 보도된 기사 125개가 실렸다.


1945년 '아인슈타인 이론에 근거한 원자폭탄'이란 기사는 미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든 사건을 다룬다.

원자폭탄과 핵에너지가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규명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공식 E=mc²을 기초로 했다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한다.

1860년에 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장문의 서평 기사도 눈에 띈다.

종이 서로 아무런 연관 없이 각자 개별적으로 창조됐다는 오랜 자연사 주류 학설을 뒤집는 혁명적인 주장과 추론을 다윈이 제시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다윈이 종의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동력을 생존경쟁에서 찾고, 생물체 구조를 변화시키는 조형 법칙을 자연선택의 법칙이라 명명했다고 전한다.

1969년 '인간, 달 위를 걷다'는 기사엔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의 감격이 오롯이 담겨있다.

"인간이 달 위를 걸었다. 동부 하절기 시간으로 어제(7월20일) 오후 4시17분 40초에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 두 명이 연약한 다리 네 개짜리 달착륙선 이글을 조종하여 달 표면으로 안전하고 부드럽게 역사적인 착륙에 성공했다."

책에는 이밖에도 뢴트겐선 발견(1896), 살바르산 개발(1910), 페니실린의 활약(1944) 같은 근현대 과학사 주요 사건을 다룬 기사가 수두룩하다.

지구 온난화 문제의 대두와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1934~1997)을 비롯해 초기 은하 관찰(1998), 유전자에 각인된 성적 취향(2007년), 스스로 운전하는 구글카(2010), HIV와 인종의 관계에 관한 사회학적 고찰(2013), 대규모 항암제 임상시험(2015) 등 현대 과학의 발전과 진보를 확인하는 기사도 많다.

책은 고고학, 천문학, 생물학, 지구과학, 환경, 탐험, 지구의 생명체, 수학, 의학, 신경과학, 과학과 과학자, 물리학, 과학기술 등 13개 챕터로 구성됐다.

저자는 1940년 뉴욕타임스에 입사해 50여 년간 20세기 주요 과학 기사를 작성해 미국 과학 기자들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월터 설리번을 비롯해 존 노블 윌포드, 월테머 캠퍼트 등 57인의 전·현직 뉴욕타임스 기자다.

1990년 뉴욕타임스 기자로 입사해 10개월 만에 과학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나탈리 앤지어와 현재 사이언스타임스의 '물질(Matter)' 칼럼을 담당하며 과학 저술가로 활약 중인 칼 짐머도 참여했다.

민청기·방진이 옮김. 904쪽. 3만8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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