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사람들, 엑스포시민광장 밤피서객 북적
돗자리 깔고 과일도시락 등 먹어, 대형마트·카페도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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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대전 서구 만년동 엑스포 시민 광장은 열대야를 피해 이곳을 찾은 가족단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윤지수 기자
“해가 졌는데도 집에 있으면 숨이 막힐 듯 더워 탈출하다시피 나왔어요.” 해가 저문 24일 오후 8시40분경 대전 서구 만년동 엑스포 시민광장.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나온 젊은이들과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온 과일 등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낮 40℃에 육박했던 온도로 하루종일 달궈진 집을 피해 인근에 갑천에서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다.

유성구에서 온 노흥태 씨는 며칠째 계속되는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퇴근하고 가족과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노 씨는 “김밥·수박 등 간편한 먹거리를 챙겨 손녀들과 나오는 게 요즘 일상”이라며 “해가 져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열대야가 지속되면서도 아이들과 유모차를 끌고 매일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김진현 씨는 “남자아이 4명이 집 안에서 뛰어놀면 금세 더워진다”며 “전기세가 무서워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 수도 없어 저녁이면 킥보드 하나씩 들고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나흘째 열대야현상이 이어지면서 저녁 늦게까지 에어컨을 쓀 수 있는 마트나 카페 등은 그야말로 동네 ‘핫 플레이스’다. 이날 오후 10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대형마트는 폐점시간을 1시간여 앞뒀지만, 계산대는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온 사람으로 북적였다.

심혜숙 씨는 ‘더위와 식사, 장보기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트가 최고의 피서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심 씨는 “요샌 불 앞에서 요리하기도 겁나서 마트 푸트코트에서 식사도 해결하고 장도 볼 수 있고 늦게까지 열어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일주일에 2~3번 정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운동 삼아 이곳을 찾았다는 안은경 씨는 "오늘도 너무 더워 여길 왔는데 혼자 있으면 에어컨 켜기 부담스러워 백화점·마트 같은 시원한 실내를 찾는다"고 말했다.

10시40분 대전 서구 월평동의 커피숍도 열대야를 피해 책과 노트북을 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대학생 김모 씨는 “평소 낮에 카페를 이용하는데 밤에 더워 이 시간에 찾아왔다”며 “커피 마시면서 시원하게 할 일 할 수 있어 집에 있는 것보다 밖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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