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일자리 창출기업 우선 낙찰제 도입에 대한 건설업계 반발이 뜨겁다.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일자리 창출방안 가운데 하나로 300억원 미만 적격심사제 공공공사에서 일자리 창출실적을 평가해 실적이 좋으면 최저가격이 아니더라도 적격심사 1순위로 선정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일자리를 최우선 정책으로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용률이 줄고 있다. 갈수록 고용 지표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건설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상황은 건설사마다 다른데 이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낙찰에 반영하는 것이 문제다.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의 효과는 미미한 채 부작용만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은 기본적으로 수주산업이다. 수주가 늘어나면 자연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 수주를 한 뒤 현장 상황에 맞게 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반대로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수주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실은 공사물량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임에도 유휴인력 채용을 유발해 안 그래도 어려운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다. 또 건설업체 간 양극화도 부추길 수 있다. 자금 사정이 좋아 채용에 여력이 있는 업체만 수주하게 되는 수주독식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인력을 채용했어도 더 많이 채용한 업체들에 밀려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는 업체는 유휴인력 고정비용 증가로 자금 부담이 가중되어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장 채용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페이퍼컴퍼니 양산 등의 부작용이다. 신생 건설회사의 등록증을 사들여 고용을 바짝 늘린 뒤 수주를 싹쓸이하는 브로커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할 것이란 우려다. 중소건설사가 낙찰받기 위해서는 공사물량이 없어도 채용을 늘려야 수주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채용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실화와 함께 일자리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SOC예산을 14%나 줄이고 또 매년 7.5%씩 줄여나가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낙찰만 바라보는 중소건설업체에 사실상 채용을 강제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고용 실적을 입찰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와 혁신성장 정책에도 맞지 않는 방안이다. 일자리는 현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으려면 산업 특성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주택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는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일자리 해법은 건설경기 활성화가 우선이다. 그러면 자연히 일자리가 늘어난다. 지금처럼 건설기업의 부담만 주는 정책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