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역대최악 ‘폭염’]

도심피서지 찾는 ‘폭염 난민’, 도서관·마트·카페 등 각광
수영·아이스링크장도 북적, 전년比 이용객 10% 늘기도

#.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여·47) 씨는 매일 아침 남편이 출근하면 인근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향한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요즘 같은 날씨에 에어컨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집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가족들 없이 혼자 있는 상황에서 에어컨을 차마 켤 수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그런 와중에 ‘도서관’은 박 씨가 생각해 낸 묘안이다. 그는 도서관 내부에 위치한 카페도 이용하고 책도 보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 자취생활 5년 차에 접어든 1인 가구 정(여·28) 씨는 요즘 저녁을 먹으면 특별히 살게 없어도 가까운 대형마트를 찾는다. 에어컨이 고장 나 수리를 맡겼는데 대기가 밀려 언제 고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 씨는 “자취방이라 바람도 안통하고 선풍기로는 도무지 버틸 수 없어 마트라도 가서 시간을 보낸다”며 “이보다 더 좋은 열대야 대피소는 없을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대전·충남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냉방시설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일명 ‘폭염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낮엔 찜통더위, 밤엔 열대야가 오랜 기간 맹위를 떨치자 도서관, 마트, 카페 등이 폭염을 피하기 위한 시민들의 ‘도심 속 피서지’가 되고 있다.

24일 대전지방기상청은 최고기온을 36℃로 예보하며 대전·충남 전 지역에 발효 중인 폭염경보 태세를 유지했다.

폭염 경보 속 전국이 펄펄 끓자 시민들은 야외활동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실내시설 특히, 에어컨이 작동되는 곳을 중심으로 몰리고 있다.

한 지역 대학 시설과 관계자는 “보통 이맘때면 대학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가 도서관 이용자는 대부분 취업준비생 뿐인데, 올해는 일반인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도서관은 적정온도를 유지하는데다가 내부에 카페나 편의점, PC 이용까지 가능하니 더위 피하기 이곳보다 더 좋을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적 폭염으로 실내수영장 및 아이스링크장 같은 스포츠 시설은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대전남선공원 종합체육관 실내수영장의 경우 지난 21~22일 주말 간 1000여명이 이용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이용건수가 늘었다.

체육관 관계자는 “올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용객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등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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