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역대최악 ‘폭염’, 채소·가공식품 등 줄줄이 올라
외식값·서비스 요금 등도 부담, 최저임금·유가↑ 장기화 우려
지역 기업 경기회복 기대는↓

▲ 한낮기온이 35℃까지 오르는 기록적인 폭염이 열흘 넘게 이어진 24일 시민들이 냉방시설이 잘된 대전 중구 은행동 지하상가(아래)를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반면 강한 햇볕으로 이글거리는 도로변은 한적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24년만의 살인적인 폭염에 지친 서민들이 생활경제 빨간불까지 들어오면서 악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안팎으로 힘든 경제 상황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역사회는 그 어느해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폭염 속 힘겨운 여름나기 중인 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물가다. 최저임금 발 물가 상승으로 생계가 더욱 팍팍해지면서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주부 최모(40·대전 서구) 씨는 “2~3년 전만 해도 일부 품목만이 가격이 잠깐 오르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대부분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동시에 오름은 폭염으로 채소류 등 장바구니 물가마저 요동치다보니 바깥에서 지갑 열기가 겁난다”며 “외식비 등 서비스요금도 예년보다 크게 오르다보니 ‘차라리 무더위에 외출을 자제하고 말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소비자교육중앙회 대전지부의 ‘2018년 7월 물가조사’ 결과를 보면 배추와 상추, 오이, 시금치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은 전달 대비 20~60% 올랐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계란 역시 5~10% 상승했으며 수박 등 여름 제철과일 가격도 3~8%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된장 등 가공식품도 조사 대상 품목 상당수가 전달보다 가격이 올랐다. 반면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콜라(-0.9%) 등 소수에 그쳤다.

여기에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의 수매가격 인상에 따라 당장 내달부터는 우윳값도 오르게 됐다. 유업계가 흰 우유 가격이 ℓ당 50∼70원 오를 것이란 예측을 내놓으면서 유제품을 비롯해 빵과 분유 등 다양한 우유 관련 가공식품 가격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외식값은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지난달 대전지역의 갈비탕 평균 가격은 85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5% 오르는 등 올해 초부터 최저임금 상승에 편승해 지속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생활밀접형 서비스 이용 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경유와 목욕료, 영화관람표 등 개인서비스 요금 19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0%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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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가 상승이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으로 인한 급격한 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물가 상승률의 3배, 임금 인상률의 2배 이상을 넘어선 무리한 인상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재인상으로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면서 숨 막히는 여름을 나는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역 산업계 등도 폭염에 최저임금 발 악재가 더해지면서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다.

대전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2018년 3분기 기업경기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경기실사지수는 95를 기록하면서 폭염과 함께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과 단계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대심리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둘러싼 노동환경 변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산업계 내수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최저임금 발 원재료 및 임대료 상승으로 영세 자영업까지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기는 좋지 않은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역사회는 그 어느해보다 힘겨운 여름나기 중”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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