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역대최악 ‘폭염’ ‘공사기간=돈’ 압박에
건설노동자 강행군 내몰려,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등
각종 정부지침 미봉책 뿐

건설현장-일용직.jpg
▲ 24일 오후 2시 30분 경 서구 둔산동 일대 공사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38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사진=최정우 기자
#1. 일용직 건설근로자 A씨(대전 동구·54)는 지난달부터 살기위해 음식을 섭취한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빨리 찾아온 혹서기로 인해 땀 배출이 많다보니 냉수로 갈증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그는 "헤어드라이기를 입에 문 것 같은 열기를 참아가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런 일거리마저 없다면 내년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한다.

#2. 또 다른 공사현장에서 유연근무로 일과를 보내고 있는 B씨(28·대전 서구)도 폭염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한낮 폭염이 심한 오후 1~3시에 휴식을 취하고 1일 공사근로시간(9시간)을 채우기 위해 퇴근 이후에 근무를 이어가지만 뜨거운 열기가 저녁까지 남아있어 샤워할 생각만으로 버틴다"고 토로했다.

찜질방을 연상케하는 폭염속에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설현장마다 목숨보다 중요한 공사기간(이하 공기)을 제때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일용직들에게 기본적인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만 제공한 채 1일 근로시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공사기간→돈'으로 직결되는 현장의 특성상, 하청이 원청의 준공일정을 맞추려다보니 건설사마다 1일 공사근로시간을 채우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건설사들마다 기존의 근무시작시간보다 1~2시간 일찍 출근하는 오전반과 퇴근시간 이후 보장받은 휴식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저녁반으로 분류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휴식공간 마련은커녕 '빨리 몰아서 하고 마무리 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해 공기 준수를 위한 강행군에 나서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들도 현실도피하고 싶은 폭염에 맞닥들이면서도 행여나 실직자로 전락할까 두려워 그들만의 현장 문화에 자연스레 흡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침은 권장사항일 뿐 강제(의무)성이 없기 때문에 업계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을 포함한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각종 정부지침을 보완해 현장근로자들의 안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설산업연구원 한 관계자는 “하도급 구조의 고착화로 무조건 공기를 맞춰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매김하다보니 상당수 건설현장 노동자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전체 공사 현장의 안전을 총괄하는 시스템 개발 및 협력업체의 안전 지원에 대한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