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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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 "'인랑' 배경으로 4·19나 5·18도 생각했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원작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가지고 오려면 정치적 격동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4·19나 5·18을 배경으로 한 '대체 역사'도 생각했어요."

영화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9년 작 애니메이션 '인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경제 공황에 빠져 극심한 혼란을 맞이한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2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원작의 정치적 격동기를 한국적 상황에 부합하도록 재해석하기 위해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부터 머리를 싸맸다고 했다.

"정말 온갖 상상을 다 했죠. 그런데 시점마다 난맥이 있더라고요. 5·18이나 6월 항쟁으로 하면 아직 생존한 분이 있으니 너무 직접적인 것 같고, 4·19로 하면 그 시대에 강화복 입고 기관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어요."

고민 끝에 김 감독이 택한 정치적 격변기는 '통일'이다.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하자 통일 한국의 부상을 우려한 강대국의 제재로 한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을 겪는다. 이에 통일에 반대하는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준동하는 시대가 영화의 배경이다.

마침 시나리오를 집필할 무렵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하고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들어서는 등 주변국의 우경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여기에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분단이 굳어진 구조에서 권력을 가지고 이익을 보는 단체나 세력이 통일 추진 세력을 압박하는 구도를 만든 거죠.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최근에도 촛불혁명 때 계엄령 문건이 나왔잖아요."


'인랑'은 정우성과 강동원이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가 나란히 출연하는 것으로도 화제다. 김 감독은 두 배우의 캐스팅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강동원은 처음 '인랑'을 실사화하기로 했을 때부터 염두에 둔 배우였다고 했다.

"임중경이 강화복을 입은 채로 달을 배경으로 서 있는 장면이 인랑을 대표하는 이미지인데 처음부터 강동원이 떠올랐어요. 특히, 만화를 실사화하는 것이라서 정말 만화 같은 배우가 필요했죠.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하잖아요. 그 용어가 가장 적합한 배우였다는 생각이에요."

정우성은 훈련소장 장진태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면서도 전형적인 참모가 아닌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였다고 한다.

"정우성 씨가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조지 클루니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도 그렇고 얼굴에 관록이 묻어가는 것 같아요. 생각이나 삶이 점점 갖춰지면서 멋지게 나이 드는 남자랄까요. 그런 정우성 씨가 이 역을 맡으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감독은 "한국영화에서 처음 보는 새로운 비주얼과 스타일을 의도했으니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며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새로운 활로나 활력 같은 것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랑을 찍으면서 '한국형 히어로 무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가능하면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판 마블 영화의 힌트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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