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엄마에게 혼날까봐 겁났다” 이 말이 그렇게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 줄은 몰랐다. 최근 태국의 한 동굴에 고립됐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소년의 말이었다. 살아있는 것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을 이번에 구조된 태국 소년들의 건강하고 환한 미소에서 보았다.

태국의 유소년 축구팀인 12명의 소년과 코치 1명은 폭우로 동굴에 고립됐다가 2주가 넘는 시간의 기아와 공포를 이겨내고 전원 살아서 돌아왔다. 100개국에서 모인 1000여명의 잠수 및 구조 전문 인력들이 소년들을 구조하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태국 정부의 협조, 언론의 침착한 대응, 축구팀 코치의 리더십. ‘환상의 팀워크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지켜보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세계 곳곳에서 전문 장비를 챙겨 태국으로 모여든 작은 영웅들의 활약을 사람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들의 헌신은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였다. 강력한 팀워크는 이렇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여름밤은 덥기도 했지만 월드컵 덕분에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정해진 방향이 없으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라는 듯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이변이 속출했다. 한국은 세계 랭킹 1위의 독일을 2-0으로 꺾었고, 세계 5위인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역대 최다 우승을 했던 브라질 역시 8강에서 눈물을 머금고 짐을 싸야 했다.

반면 이번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크로아티아는 전 세계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월드컵 우승 확률이 0.6%에 불과했던 인구 417만 명의 소국은 ‘작은 나라, 큰 꿈’이라는 슬로건처럼 큰 꿈을 이루고 귀국했다. 월드컵 준우승의 기록은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이 올린 역대 최고의 기록이고 대표팀을 이끈 주장 루카 모드리치는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어 골든볼을 수상했다. 태국 축구팀 소년들 구조,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우승은 ‘재능은 게임을 이기게 한다. 그러나 팀워크와 이해력은 챔피언을 만든다’는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말을 그대로 입증했다.

얼마 전 하계입영훈련중인 ROTC 훈련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났다. 필자는 동굴에 고립된 태국 축구팀 소년들의 구조작전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다양한 배경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을 뒤로하고 숭고한 목적을 위해 협동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훈련생들에게 강조했다. 평범하지만 나름의 몫을 해내며 팀워크를 이룰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뛰어난 인재가 아닐까.

요즘은 확실히 예전보다는 공동체 의식이 약해졌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나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우리 모두가 팀워크를 이루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의 생활과 문화는 분명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앞에서는 혼란스럽기도 두렵기도 하다. 팀워크로 개개인의 장단점들이 단단하게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행복하고 편리하게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