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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즉기린불여노마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7월 23일 월요일 제18면     승인시간 : 2018년 07월 22일 18시 19분
기린이란 동물, 이 경우는 동물원에서 그 기다란 목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지라프(기린·麒麟)가 아니다. 또 성인(聖人)이 나타나 왕도(王道)가 행해지면 나타난다는 서수(瑞獸)인 기린(麒麟)도 아니다. 하루에 천리를 가는 명마(名馬)다. 기(麒)란 검푸른 빛깔을 하고 있는 말이라고 하나 준마(駿馬)를 말한다.

전국시대 어느 날, 제나라 궁정(宮廷)에서 생긴 일이다. 소진(蘇秦)은 유세가(遊說家)다. 그는 그 세 치 혀끝으로 강대함을 자랑하는 진(秦)에 대해 제후들의 연합전선을 만들고자 애를 쓰고 있다. “저는 이렇게 듣고 있습니다. 군사를 써서 강(强)을 치고, 이로써 천하의 선두가 되는 것을 기뻐하는 자에게는 뒤에 근심이 따릅니다. 또 어느 나라와 동맹을 맺고, 다른 나라를 쳐서 원한을 사는 자는 반드시 고립하게 됩니다." 천하의 중망에 따라 일어나는 것, 때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는 거침없이 말하여 설왕설래했다.

민왕(閔王)은 어느 틈엔가 소진의 말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 때 소진은 다시 강조했다. “강대한 나라, 약소한 나라 이름이 불러일으키기 쉬운 화(禍)는 이와 같습니다. 예부터 이렇게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기린이 약해지면 노마(駑馬=둔한 말)가 이에 앞서고 맹분(孟賁)이 지치면 여자가 이보다 낫다고, 이것은 발이 둔한 노마, 혹은 힘이 약한 부녀자가 체력이나 기력상 천리 명마보다 낫다는 것이 아닙니다.” 기린의 운명과 행동, 그러나, 그것은 의외로 우리를 범우(凡愚)하고 무관계한 것도 아니다. 소진이 말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해서 한(漢)의 유안(劉安)의 회남자(淮南子)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기린은 하루에 천리를 가나 노마(駑馬)도 열흘(十日)이 걸리면 그곳에 도착한다." 부지런히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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