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사장도, 알바도 힘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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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교 4년 내내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었고, 일도 재밌었다. 사모님은 늘 딸처럼 대해주셨다. 2008년 최저시급 3770원에서 2011년 4320원이 될 때까지 일했다. 그땐 늘어나는 월급이 즐겁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모님의 한숨도 늘었던 것 같다. 가겟세는 점점 올랐다. 일하는 사람은 점점 줄었다. 나중엔 가게 규모까지 줄었다. 안타깝게 손님도 점점 줄었다. 결국 그 음식점은 사라졌다. 하지만 늘 그리운 곳이다.

☞최저임금 8천 원 시대가 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0.9% 오른 수치다. 이에 "현실을 모른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최저임금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문제가 됐다.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최종 회의에 불참했다. OECD가 권고하는 중위임금 대신 평균임금을 쓴 점도 논란이 됐다. 중위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월간 임금 중 중앙값이다. 평균임금은 고액 연봉자의 임금까지 평균값 계산에 넣어 중위임금보다 높아진다. 최저임금위는 소득불평등이 심한 국내 상황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반발은 거세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올랐다. 그마저도 타격이 컸다. 알바생(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것도 부담이 됐다. 사장들은 직접 일했다. 오죽하면 폐업하고, 알바를 하는게 낫겠단 소리도 나왔다. 알바생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일자리가 적어졌다. 하고 있는 알바도 눈치가 보였다. 잘릴까 걱정해야 했다. 결국 '을(乙)과 을(乙)의 전쟁'이다. 내년에 더 오르면 더 심각해질 일이다.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이 원할 때다. 文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도 빠르다. 경제 시스템 개선이 먼저다. 막연한 ‘소득 주도론’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되레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 임대료,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장치가 필요하다. 불평등 계약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정책은 감당할 수 있을 때 좋은 정책이다. 임금 인상이 필요한 곳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아닌 곳도 있다. 그래서 차등화를 검토해야 한다. 어렵겠지만, 모두가 납득할 방안이 필요하다. 논란 속 '최저임금'이 ‘최고 방안’을 찾길 바란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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