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장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이 존재한다. 하지만 쌓여있는 기금이 언젠가 소진되더라도 국민연금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지급된다. 우리보다 먼저 연금제도를 시행했던 독일, 일본, 스웨덴 등 수많은 국가들은 지출이 적은 제도 초기에는 상당한 적립 기금을 쌓았지만 공적연금 수급자 규모가 증가하고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졌다. 이에따라 보험료를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식 방식’에서 그때그때 걷은 현 세대의 보험료 수입으로 노년 세대를 지원하는 방식인 ‘부과식 방식’으로 재원 조달방법을 변경했다.

세계 최초로 연금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이다. 산업혁명 당시 독일의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로 조건에도 노동자를 위한 어떤 형태의 사회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사회적 불안이 야기됐다. 독일에서는 이를 해결하고 근로자들의 은퇴 이후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1889년에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이후 수년간 성공의 길을 걷던 독일의 연금제도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전쟁 후 물가 상승 그리고 더불어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적립기금이 전시자금으로 전용되면서 연금 재정이 어려워져만 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는 일념 하에 보험료 지급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독일은 두 차례의 전쟁을 거치면서 재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재정방식을 전환하는 연금개혁을 통해 연금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일본의 연금제도는 20세 이상이면 모두 가입해야 하는 정액부담, 정액급여형의 국민연금과 민간 근로자를 위한 소득비례 후생연금 등 직역별로 분리된 다양한 연금제도를 도입·운영해왔다. 이로인해 연금제도간 민·관 급여수준 격차로 인한 불평등과 취업 구조 및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재정문제가 심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1985년에 국민연금을 전국민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고 분리된 연금제도를 일부 통합했다. 한편 일원적 연금구조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는 큰 개혁을 단행하였다. 이후 1994년 일본은 65세 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신장이 이어지며 연금재정이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보험료의 단계적 인상 등 또 한 차례 개혁을 단행했다.

복지 국가의 대표 사례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적용되는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1913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세로 운영되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또 1998년도에 다른 국가들의 연금제도 개혁에 참고가 될 만한 기존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뤘다. 스웨덴의 이러한 개혁은 공적연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령화 및 경제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공적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연금 개혁의 모델로 꼽힌다.

국민연금 같은 장기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는 제도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연금재정을 점검하고 재정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래전에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한 세계 각국들은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평가를 위한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해 정기적으로 공적연금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든든한 노후 보장과 재정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진행하고 있다. 보다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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