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요즈음 연일 무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맹위를 떨치고 있어 심신은 쉽게 지치고 신경은 예민해지면서 아무래도 활동량이 줄어들어 활동수준도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옛부터 삼복 더위에 보양식으로 원기회복에 좋은 삼계탕 등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보양식이 무더위에 신체적으로 원기회복에 좋은 것이라면, 휴가는 정신적으로 원기회복에 효과적이어서 여름철에 휴가를 가장 많이 떠난다고 볼 수 있다. 휴가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워라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것이다. 일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삶에 충실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휴가 중에도 일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쉬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 데, 이런 사람들에게 미국의 심리학자 젤린스키가 발표한 연구결과가 도움이 될 듯 싶다. 걱정의 70%는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거나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고, 걱정의 26%는 사소하거나 아니면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며, 겨우 걱정의 4% 정도가 진짜 걱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휴가 가서도 일에 대해 걱정된다면 휴가기간의 4% 시간만 걱정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걱정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업무의 경우에도 그런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직장인에 대한 어느 설문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중 무려 약 80%가 조직에서 비효율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매일 비효율적 업무라고 여겨지는 일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을 계기로 이처럼 그동안 일과 삶에서 만연한 비효율을 줄이고 걷어내는 시도들이 강화되고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워라밸이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우리가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당연시했던 기울어진 가치관의 균형도 새롭게 잡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근로시간이 갑이고 휴식시간은 을이 되는 주종관계가 아닌 서로 지속가능한 도움을 주는 파트너 관계가 목적인 워라밸처럼, 그동안 경쟁이 중요한 갑, 협력은 부수적인 을로 취급하고, 출세는 갑, 행복은 을이라고 알고 지냈던 것들이 이번 기회에 점차 균형을 이루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물론 을의 갑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을이 무조건 존중받아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을이 갑 못지 않게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아 일과 삶을 포함한 다양한 가치들의 갑을 밸런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최근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2위이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그동안 일과 휴식 등이 서로 별개이고 수직적 관계로 생각해왔던 일상의 가치들이 상호보완적이며 수평적 관계로 바꿔나감으로써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개선해나가는 노력들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워라밸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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