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거나 산만하거나…'검법''기름진' 아쉬운 퇴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하나는 장르극 치고 너무 느슨했고, 다른 하나는 '주류'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만했다.

월화극인 MBC TV '검법남녀'와 SBS TV '기름진 멜로'가 나란히 한자릿수 시청률로 퇴장했다.

1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방송한 '검법남녀' 최종회는 7.7%-9.6%, '기름진 멜로' 최종회는 5.6%-7.0% 시청률을 기록했다.


'검법남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에 초점을 맞춰 다른 장르극과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정재영이 연기한 백범 캐릭터는 인기 미국드라마 '하우스'의 하우스 박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완벽주의에 까칠한 성격까지 갖춘, 극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백범과 호흡을 맞춰야 할 남녀 검사 캐릭터는 시청자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했고, 다른 조연들도 역할에 한계를 보이면서 극의 밀도가 점점 떨어졌다. 오만석 등 무게감 있는 배우의 뒤늦은 등장도 아쉬웠다.

수사극치고는 허술한 전개도 작품성을 떨어뜨렸다. 최근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 빠른 전개에만 집중하다 보니 디테일이 지나치게 생략된 느낌이었다.

또 범인과 피해자들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과거 수사극을 보는 듯 정형화돼 긴장감을 떨어뜨렸으며, 범인을 잡는 과정도 맥락 없이 갑자기 전개된 에피소드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검시 과정이나 정보는 신선하게 다가와 이목을 끌었으며, 동시간대 경쟁작이 부진한 틈을 타 월화극 1위로 종영할 수 있었다. 전날 방송에서는 시즌2를 암시하며 끝을 맺기도 했다.


'기름진 멜로'는 복합장르라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산만한 작품이 됐다.

이 드라마는 이미 탄탄한 연기를 자랑하는 장혁, 정려원과 최근 연기에 물오른 준호, 그리고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가 뭉쳐 화제가 됐다.

그러나 요리라는 테마와 세 주인공 간 러브라인, 그리고 웃음 코드가 정리되지 못한 채 어지럽게 나열되면서 초반 이 작품에 기대를 건 다수 시청자가 떠났다.

1인 2역에 도전한 이미숙을 비롯해 조연으로 나선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은 일부 돋보였으나, 스토리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기름진 멜로'는 또 동시간대 경쟁작이 러시아 월드컵 중계로 결방하고, 당초 40부작을 38부작으로 줄이면서 탄력을 받을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은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종영했다.

한편, 전날 같은 시간 방송한 KBS 2TV '너도 인간이니?'는 4.4%-5.4% 시청률을 보였다.

'검법남녀' 후속으로는 지현우와 이시영 주연 '사생결단 로맨스'를, '기름진 멜로' 후속으로는 신혜선과 양세종 주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방송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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