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소유 토지 확보 요구에, 운영비 지원은 없어… 적자 불보듯
“유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국책사업 걸맞은 정부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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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클릭아트 제공
정부가 공모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을 놓고 지자체들 사이에서 ‘유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장애아동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절실하지만 공공병원이라 불리기에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6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을 수행할 지자체 공모를 마감한 결과 대전과 경남 두 곳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복지부가 당초 권역별로 공모에 응할 수 있는 지역을 제한키는 했지만 비슷한 시기 공모한 소방복합치유센터에 전국 62개 지자체가 신청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국의 중증장애아동은 30만명으로 추산되고 운영되는 어린이재활병원은 서울에 민간병원 한 곳밖에 없다. 전국 어느 곳이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후순위로 제쳐둘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자체들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국책사업으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자격요건이 너무 엄격했던 탓이다.

전국에 어린이재활병원이 한 군데밖에 없는 것은 중증장애아동 재활치료 자체가 적자구조가 불가피한 터라 하려고 뛰어드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의료기관을 선정한 지자체들도 공공성을 이유로 지자체 소유의 토지를 확보하라고 한 복지부의 요건에 발목이 잡혀 끝내 응모를 포기했다.

대전과 같이 시 소유의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곳은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토지를 기부채납해야는데 이에 수긍하는 병원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광주는 공모를 거쳐 의료기관을 선정했으나 시가 내건 토지 기부채납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공모와 함께 신청 자체가 무산됐다.

경남은 어렵사리 복지부에 사업계획서는 냈지만 지자체 소유의 땅을 확보하라는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공모사업에 관심을 가졌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료기관도 없는데 부지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사업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적자가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부지를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임에도 공공성을 찾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내년도 신청키 어렵다”고 말했다.

어린이재활병원 운영 첫해 3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운영비 지원 약속도 없어 지자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운영비가 확보돼야 공공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민간병원을 확대하는 꼴밖에 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최권호 교수는 “허울좋은 지방자치일뿐 지방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들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큰 고민이다. 큰틀에서 국고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운영비 지원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립운영주체는 지자체”라며 “현재 공모계획안에 나온 것 외에는 정해진 게 없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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