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선풍기 전기요금 걱정, 무더위쉼터·지하상가 ‘북적북적’,
지하철우대권 이용해 왔다 갔다
대전역, 인근에 급식소 있어 인기, 수다떨고 책도 봐…‘그들의 휴양’

▲ 17일 10시30분에 찾은 대전 중구 은행동지하상가는 상가휴무날임에도 더위를 피해 찾은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사진=윤지수 기자
“여기에 앉아있으면 얼마나 시원한데… 피서지 딴 거 없어”

연일 34℃를 웃도는 날씨에 집보단 밖으로 나오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집 안에 있어도 덥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자니 전기요금이 만만치 않아 차라리 밖을 택한 것이 그 이유다.

17일 대전 동구 판암역 지하철 종착지 무더위쉼터는 한낮 더위를 피하려고 모여든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지하철역은 냉방장치를 켜지 않아도 실내온도가 20℃를 밑돌 정도로 시원하다.

늦은 오후에도 불구하고 3개의 테이블과 벤치에는 11명의 노인이 삼삼오오 앉아 부채질 하거나 담소를 나눴다.

이곳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지하철이 다른 곳보다 시원하고 우대권을 이용하면 공짜로 올 수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집이 용문동인데 점심 먹고 여기 온 할머니와 친구하면서 수다 떨다 간다”며 “오늘은 집에서 얼려온 보리수 열매를 나눠 먹으려고 가져왔다”고 자랑했다.

대전역 지하철은 중앙시장과 무료급식소가 있어 다른 지하철 역보다 찾는 이가 더 많다.

지하철 관계자는 평소에도 노인들이 많지만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실내를 찾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밝혔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한 할아버지는 "근처 여인숙에 사는데 더위에 못 이겨 오늘도 나왔다"며 "운동삼아 나오고 역 안에 책방이 있어 책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 중구 은행동 지하상가는 휴무일임에도 불구하고 더위를 피하려는 어르신들로 붐볐다.

오전 10시부터 앉아다는 한 할아버지는 “평상시엔 에어컨 바람 나오고 무엇보다 공짜니까 요새는 오후에 집에 가도 더워 최대한 밖에 있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앉아만 있기에 심심한지 몇몇 어르신은 가져온 신문을 읽거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음악을 듣고 있던 한 어르신은 “밖에는 덥고 앉아있다 심심하면 돌아다니고 그저 여기에 앉아 쉬는 게 피서”라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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