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한국당이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확정했다. 한국당은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의결함으로써 지난 총선과 대선 그리고 6·13지방선거에서 3연패로 궤멸에 처한 위기를 넘어 설 수 있는 분수령을 맞았다. 김 위원장의 쇄신 내용과 그 성과 여부에 따라 당의 운명이 판가름 나는 국면으로 돌입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 한 달이 넘도록 지루한 계파 싸움으로 일관했다. 비박-친박 또는 복당파-잔류파가 서로 남 탓하기에 바쁘다. 선거 참패 이후 국회의원들이 무릎 꿇고 사죄 퍼포먼스를 할 때만 해도 '명색이 제1야당 보수정당인데 뭔가 달라지겠지'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나가라'고 서로 등 떠밀기에 골몰하는 모습이 비겁하다. 112석의 거대 보수 정당인 한국당의 지지도(10%)가 의석 6석에 불과한 정의당의 지지율과 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주에 나왔다.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정책으로 무장한 정당을 재창당하라는 쓴소리가 왜 나왔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진정성 있는 자세가 선행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구시대적 기득권에 집착하는 꼴통보수가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구석까지 살피는 민생정당의 참모습을 기대한다. 기준은 세 가지다. 당의 정체성 확립, 조직 개편 및 쇄신 그리고 인적 교체다. 구색 맞추기 식으로 적당하게 마무리한다면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또 필패다.

김 위원장은 "저는 아무런 힘이 없다. 계파가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니 공천권도 없다"고 토로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과반 승리를 거둔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쇄신을 잘 이끈 '김종인 비대위'가 각각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당 개혁을 추진했던 사실을 염두에 둔 듯하다.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소신껏 혁신을 밀어 부칠 수 있다. 인물 교체 및 새 인물 영입과도 연관된 문제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도 최대 관심사다. 한국당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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