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 당진항 라돈 매트리스 사태가 한 달 만에 가까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매트리스 반입에 반발하던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주민 50여명이 총회를 열고 정부의 라돈 매트리스 현장 해체 건의에 동의하면서다. 매트리스를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지 않으면 청와대 앞마당에 쌓아놓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주민들의 대승적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아무런 반대급부가 없었음에도 통 큰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국무조정실장의 설득에 주민들이 화답했다. 원안위는 "매트리스 보관?분리 작업 시 방사선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민설득에 나섰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마을회관을 직접 찾아가 주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주민동의 없이 마을 인근에 매트리스를 야적한 데 대해 사과하며 정부정책에 협조를 당부했다. 당국자의 진솔한 제의가 주민들을 움직였다. 이런 게 바로 발로 뛰는 현장행정 아닌가 싶다.

진즉에 이렇게 나왔다면 매트리스 반입 사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진항 매트리스 처리과정을 보면 서툰 구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1만7000개나 되는 매트리스를 당진항 야적장에 들여온 데서부터 일이 꼬였다.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자 당국은 이 매트리스를 지난 15일까지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합의한다. 하지만 매트리스를 받을 곳이 없어 오고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자 오는 20일까지 5일 간 연장하기에 이른다.

임시방편의 연장이다. 당진 주민들이 매트리스 현장 해체를 끝끝내 거부했더라면 어떤 일이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오로지 주민들의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이 정부의 협조요구를 받아들인 만큼 정부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요소를 말끔해 해결해야 마땅하다. 신속히 안전하게 매트리스 해체작업을 하는 것이다. 당진항 매트리스 사태는 대민행정의 교훈을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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