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국민과 최접점 장소, 다양한 분들과 소통
직원들에게 ‘주인의식’ 심어 자발적 연구
전시연구개발팀 신설, 부서장 공모도 시행
올해 비정규직 147명 무기계약직 전환
처우 개선에 주력, 기존 직원들도 동참
‘미래’를 주제로 한 새 전시관 연말 개관

▲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많은 시민이 가족과 함께 찾고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조재근 기자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가 됐다. 창의적 사고를 갖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이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내 모든 과학관을 총괄하는 중심기관이자, 대전과 충청지역의 대표 과학 체험시설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립중앙과학관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산실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첨단 기술을 비롯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민이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테마로 한 전시관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SW) 교육과 미래 직업 탐색 프로그램이 갖춰져 창의적인 인재양성의 요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42대 국립중앙과학관장으로 취임한 배태민 관장도 대한민국 미래 인재인 청소년을 위한 국내 대표 과학체험시설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배태민 관장을 만나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과학관의 미래와 앞으로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대담=김일순 대전본사 교육문화부장

-취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8개월간 기관장으로 일하면서 내 결정이 옳은 것인지 여러 번 되뇌고 직원들과도 끊임없이 토론했다.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내·외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며 많은 도움도 받았다. 그동안 과학관이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을 해보고 과학유물을 전시하는 수준이었다면 학생을 비롯한 관람객들에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 근무하다 대전으로 왔는데.

“사실 대전은 그리 낯선 곳이 아니다. 2011년 국립중앙과학관 전시연구단장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대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중앙부처에서도 원자력, 우주개발 등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하면서 대덕특구에 올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대덕특구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업무를 하지 못했다. 국민과 최접점에 있는 과학관에 오게 돼 이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실제 과학관에서 연구원을 비롯해 교수, 교사, 예술인, 학생, 학부모 등 과학관을 찾는 다양한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취임 이후 과학관 조직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참여와 소통으로 과학기술을 탐구해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관’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참여’는 한마디로 ‘주인의식’이며, 우리가 전시하고 있는 전시품 하나하나에 직원 열정이 녹아 있어야 한다. 올 2월 전시연구개발팀을 신설해 직원 스스로 전시품을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는 성과중심의 조직 운영을 위해 연구부서장 내부공모제도 시행했다. 직원 간 ‘소통’을 위해 전 직원이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제안카페’를 개설했다. 이곳에선 작고 단순한 제안부터 과학관이 나가야할 방향, 역사성, 타 과학관 운영 사례 등 심도 있는 주제들을 공유한다. 이런 변화들로 단기간 큰 성과가 나타나긴 어렵지만, 조금씩 성장해 장기적으론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올 초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는데.

“그동안 청소, 경비, 시설, 전시관 안내 등 현장 최일선 업무를 소속 공무원의 2배에 이르는 인원들이 외주 용역업체 소속으로 수행해 왔다. 지난해 마련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희망자 147명 전원을 올 1월1일자로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런 성공적인 전환은 노사와 노무전문가가 협의기구를 구성해 채용방식, 임금체계 등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참여형으로 추진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정규직 전환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명절 수당 지급, 신분증 제작, 호칭 개선, 복지시설 공동이용 등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기존 직원에게는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나아가자고 독려했고, 기존 직원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하지만 아직 급여수준이나 복지제도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예산 당국을 비롯해 본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처우 개선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시시설에도 변화가 있는지.

“최근 과학기술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 시기 과학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제 우리 교육은 학생들에게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아, 학생, 성인 등 전 연령층이 일상생활에서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과학관은 올해 말 개관을 목표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미래를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관을 준비 중이다. 인간의 행동은 오감을 통해 인지하고, 뇌가 판단하며, 손과 발이 행동하게 된다. 이런 각각 단계마다 적용될 수 있는 미래 과학기술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자 한다. 인지 과정에선 다양한 센서와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고, 판단과정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적용된다. 실행 과정에선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로봇이 적용됨에 따라 바뀌는 우리 미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인류관'도 준비 중이다. 인류관은 지구를 지배한 인간이 망쳐버린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인 지구 미래를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밖에 초·중학교에서 올해부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시작된다. 과학관도 소프트웨어 전담강사를 올해부터 증원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있다.”

-시민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국립중앙과학관은 1990년 대전에 자리 잡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지난해 152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난해 발표한 관광지 순위 전국 Top20, 대전지역 1위 관광지로 선정될 만큼 큰 성장을 이뤘다. 올 2월 유아전용 체험관 '꿈아띠 체험관'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했고, 3월에는 어린이과학놀이터가 문을 열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온 가족이 과학을 즐기는 공간이 됐다. 지난 5월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수장고를 개방했고, 6월에는 과학관이 보유한 다양한 과학기술 DB와 3D프린팅 자료를 공개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많은 시민이 가족과 함께 찾고 즐기시길 바란다.”

정리=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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