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인터넷 커뮤니트 사이트인 '워마드'에 올라온 '성체훼손사진'에 대한 기사는 필자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필자가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신부)이기에 이런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적 입장을 배제하더라도 이번 '성체훼손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시민사회 문화에 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오늘날 시민사회는 국가의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로운 조건에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특징은 1990년대 동구권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1990년대를 기점으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인터넷 문화 확산은 시민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온라인 동호회에서 시작됐거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이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2008년도 수입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박근혜 탄핵운동을 통해서 한국사회는 시민사회단체의 저력과 온라인을 통한 여론형성과 확산의 힘을 체험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본인이 조금만 노력을 하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들은 습득했다. 자신의 관심분야나 대사회적 관점이 같은 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해 활동을 하는 적극성을 지닌 사회 구성원에서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이들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온라인 상에서든, 시민사회단체를 통한 오프라인 상에서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시민사회 성장의 한 과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외적인 성장만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때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 워마드 사건은 남성 중심의 가톨릭 사제직과,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의 제도에 불만을 품고, 가톨릭 신앙의 가장 핵심인 '성체'를 모욕하고 자신이 한 행위를 당당하게 온라인 상에 알린 사건이다. 가톨릭 교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2000년의 역사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믿어온 성체를 그리 훼손하고 자신의 행위가 마치 혁명적 행동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가?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여성비하와 이에 맞서 마치도 함무라비 법전의 정신을 계승한 듯한 미러링. 세대간의 갈등, 특정인을 향한 욕설과 비방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 키보드 테러 등 우리사회가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될 산들이 너무나도 많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는 '대화'가 시민사회 안에서 핵심을 이룬다고 했다. 대화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다름에 대한 인정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다. 아집에 빠져 나와 다른 사회의 구성원들을 아픔과 죽음으로 내몰아가는 문화에서 벗어나, 상호간의 존중과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라 여겨진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