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교수의 백제의 미를 찾아서 - 16 화순다탑봉마애와불상]
고려시대 제작 화순 운주사, 산 정상에 5m 길이 와불상, 세계 종교미술사 연구 과제

▲ 전남 화순 운주사의 와불상.
고려시대. 길이 5m. 전남 화순군 도암면.

뜻있는 고향친구들이 백제이야기를 해보자한 것이 발단이 되어 그럭저럭 열여섯 차례가 되었다. 나로서는 실로 오랜만의 고향나들이를 한 것이고 내 창작의 원천을 더듬어 가슴으로 찾는 순례의 여정이었다. 내 할아버지 할머니를 회상하는 것 같이 모든 유품유적들이 낯설지가 않았다. 나의 꿈같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그런 마음으로 천년의 시간을 오늘에 되돌렸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백제의 미는 밝음의 미였다. 지금 막 움터 나오는 새 생명의 형상 같은 여리고 앳됨이 있었다. 맑고 신선하고 청초하며 우아하고 부드러웠다. 고요하고 단정하고 어린이와 같은 순진무구함이 있었다. 또 다른 말로 하자면 백제의 미는 볼륨의 미이며 선(線)의 미라 할 것이다. 여성적이며 영원의 향기가 있었다. 이름하여 한국미의 원형이다.

백제의 형상 미에는 희로애락을 넘어선 어떤 숭고한 것, 궁극의 세계를 넘보게하는 손짓이 있었다. 백제의 미소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것은 신비의 세계에로 안내하는 초월자의 표징일 것이다. 곳곳에서 그런 징후를 읽을 수 있었다.

누가 말했던가. 여성적인 것은 영원한 것이다. 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한다. 백제관음과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볼 때 그런 생각이 절로난다.

전라남도 화순 땅에 운주사가 있고 천불 천 탑의 전설이 있다. 기록이 없으니 전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주 남산의 경우와 큰 시차도 아닌데 그 만들어진 솜씨는 그야말로 천양지판이다. 백제의 불교가 우리네 토착신앙과 하나가 돼서 세계어디에도 없는 특이한 풍토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산 정상에 5m에 이르는 와불(臥佛)<사진>이 있다. 그 부처님이 일어서는 날 새 세상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세울 수도 있었는데 놓고 기다린 것이다. 내가 관심하는 것은 외부와 단절한 삶의 형태가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하는 것이 그것이고 그 수많은 불상 불탑들이 오직 운주사만의 형태로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 또한 그것이다. 혹여 백제의 멸망과 유민(流民)의 정서가 관계된 것이 아닐까. 운주사의 불상조각은 한국불교조각의 역사에서뿐만 아니고 세계 종교미술의 역사적 관점에서도 연구 돼야할 주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백제의 미를 찾아서…’를 기획하고 연재를 도와주신 신문사의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독자여러분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다. 〈끝〉

<서울대 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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