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열 대전시 재난관리과장

장마가 끝나자 폭염이 기승이다. 한 낮 기온이 30℃를 넘어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더니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밤엔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 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기상청은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얼마 전 강원도에서는 고령의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경남 의령에서는 27개월 아이를 폭염 속 차량에 방치해 숨지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폭염은 우리에게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65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이중 54명이 사망했다. 매년 평균 가축 261만9000마리, 어류 583만2000마리가 폐사했다. 폭염일수가 1980년대엔 평균 8.2일에서 2010년대에는 13.7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더 많은 피해가 예상돼 걱정이 앞선다.

대전시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폭염지원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폭염 대비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속한 폭염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폭염특보 발령 시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농촌마을에서 무더운 시간대 폭염사고 방지를 위한 마을방송을 실시한다.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경로당, 주민센터 등 851곳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노인 등 취약계층이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거노인, 거동불편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건강관리사, 노인돌보미 등 2800여 명을 재난도우미로 지정해 안부전화나 방문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살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한 낮에는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등은 폭염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돌봐야 한다. 일사병이나 탈진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늘로 옮겨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축 축사에서는 창문을 개방해 지속적인 환기 실시와 시원한 물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폭염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도 한다. 지금이라도 폭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온열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안전수칙과 행동요령을 잘 숙지하고 폭염특보 발표 시 기상정보에 귀 기울여 대처한다면 올 여름 폭염은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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