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슬아 충북도교육청 변호사

학교폭력 담당 변호사로서 이런저런 상담을 할 때면, 나는 종종 선생님들께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학교폭력이 '교육적 목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보니,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며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은 실상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몫이고, 나는 그저 절차의 안내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명확히 말하자면 교육청 내에서 학교폭력 업무는 교육자 출신의 행정가들이 맡게 되어 있다. 애초에 교육 분야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일개 변호사가 그와 같은 역할을 맡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소위 ‘학교폭력예방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 법의 목적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 쉽게 말해 학생들을 잘 키워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학생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룰만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니 학교로서는 법조문 몇 개만으로 최소한의 무장을 한 상태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들 앞에 내던져진 채 학생들을 잘 키우기 위한 '최적의 길'을 찾을 것을 요구받는 셈이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와 관련된 가장 흔한 오해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약칭 ‘학폭위’)가 가해 학생의 처벌을 위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이 학생의 처벌이 아니라는 것은, 학폭위가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때의 기준 - 행위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여부 - 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다섯 가지 항목 중 학교폭력 행위 그 자체가 아닌, 사건 발생 이후의 사정에 관한 것이 두 가지나 된다.

설령 심각한 학교폭력 행위를 저지른 학생이라 할지라도 반성 정도와 화해 노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리고 선도 가능성을 참작하여 감경까지 이뤄진다면, 교육적 목적하에 얼마든지 가벼운 처분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폭력 사안과 연루되었을 때 보호자는 예상보다도 훨씬 큰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많은 보호자들이 학교폭력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믿다 보니, 학교의 사안 처리가 불공정하다며 민원을 제기하거나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학폭위에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결코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물론 교사들이 언제나 최적의 길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사안 처리에 있어 원하는 점이나 걱정되는 상황이 있다면 이를 학교 측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잊지 않기 위해, 다소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사들 역시 보호자와 학교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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