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거리의 상인들’, 장터·시장 선풍기도 속수무책, 도롯가 근처 전기조차 안들어와
부채질만… 모자·얼음물 필수, “더위만큼 먹고 사는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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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동구 중앙시장은 더위를 막기에 역부족이지만 파라솔을 펼친 채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지수 기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3일 체감온도가 34℃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단지 장터는 더위를 피할 새도 없이 생계유지를 위해 밖으로 나온 상인들로 가득했다.

천막 위에 차양막을 덮고 등 뒤로 간이 선풍기를 틀었지만 내리쬐는 더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전 9시부터 꼬박 12시간을 밖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목에는 흐르는 땀을 언제든 닦을 수 있는 수건과 쿨토시가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 1년째 족발장사를 하고 있는 김(53)모 씨의 가게에는 선풍기가 있지만 족발은 삶고 식혀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대문에 선풍기 바람은 주로 음식 쪽으로 향하고 있다.

김 모 씨는 "족발을 삶는 통 앞에 있으면 체감온도는 100℃ 정도인데 덥다고 더위를 피하기보단 즐겨야 오래 장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32℃의 날씨에도 동구 원동 대전중앙시장은 입구부터 상인과 손님으로 넘쳐났다.

더위에 지친 상인들 가게 한쪽에 누워 쉬거나 진열대 앞 길가에 물을 뿌려가며 올라오는 지열을 식히기도 했다.

작은 파라솔 그늘에 앉아 영업 중인 한 상인은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며 영업을 이어갔다.

도롯가 근처에 자리 잡은 탓에 지나다니는 차들로 열기는 더 뜨겁고 전기를 끌어다 쓸 상황도 여의치 않아 집에서 얼려온 얼음물과 모자로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30년째 과일 장사를 이어온 박정애(72·여) 씨는 "요즘 같은 날 10㎏이 넘는 과일상자를 옮기고 채워놓다보면 금방 지치지만 나와서 팔아야 먹고살지"라며 "더운거 만큼이나 먹고 사는 게 힘들지”라고 덤덤히 말했다.

좌판에서 농산물을 파는 한 노인은 "오전에도 얼마나 뜨거운지 장사라도 잘되면 모를까 요새는 본전도 못 찾아서 겨우 약값 정도 번다"며 "그치만 먹고 살기 위해 나온다"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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