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최근 몇 년간 식품업체의 이슈는 간편식 식단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저녁 약속이 없으면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사먹는다. 1인 가구, 맞벌이 등이 늘면서 간편식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방송에서 과거와는 달라진 새로운 풍경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이란 으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요즘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혼밥, 혼술이라는 나홀로 문화의 등장이다.

이렇게 혼자 살아가는 삶이 기본적인 양태로 등장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한때는 공동체가 또 그다음에는 가족이 우선인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가장 중요해졌다. 어찌 보면 집단주의에서 가족주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시점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로봇강아지의 장례식을 치루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 인근 지바현 이스미시의 고후쿠지(光福寺)에선 100대의 로봇강아지 영혼을 위로하는 장례식이 열렸다. 이번이 소니 로봇 강아지를 위한 5번째 장례식이다. 팔로 로봇은 추도사에서 “우리는 너희들의 모습과 웃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일본에서는 혼밥을 먹으면서 로봇강아지를 키운다. 하물며 이 로봇강아지가 수명을 다 했을 경우 장례식에 일본인들이 적극 참여하다는 것은 그들의 삶에서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혼밥도 혼술도 좋다. 로봇강아지도 좋다. 다만 우리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타인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그러한 나를 인정해주는 타인이 있을 때 내면의 깊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만족감을 반드시 ‘타인’을 전재로 한다는 점에서 좋은 관계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최근 식품유통학회의 세미나가 경주에서 열렸다. 토론회 이후 열린 저녁식사에도 참여하지 않고 혼밥을 했다. 그리고 맥주 한 캔으로 혼술을 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엄마의 고단함을 위로했다. 휴식은 달콤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박 2일의 출장을 마치고 대전에 오자마자 향한 곳은 아이의 학교였다.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터벅터벅 나오던 아이는, 예상치 않은 엄마의 출현에 평소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엄마!” 하고 달려왔다. 제법 무거워진 아이의 돌진에 휘청이면서도, 땀냄새 가득한 아이의 포옹 속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되는 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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