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 청주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 순경

점 하나 붙였을 뿐인데 한순간에 '님'에서 '남'이 돼버린다. 최근들어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고 행복하게 해줬던 '님'이 '남'보다 못한 악마로 돌변하는 데이트폭력, 젠더폭력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부산에선 2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숨지고 가족이 상해를 입었다. 대구에선 60대 남성이 헤어진 연인의 가게에 방화를 저질러 손님 등 5명이 사상한 사례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2015년 7692명, 2016년 8367명으로 꾸준히 늘고있으며 지난해인 2017년은 1만303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매년 평균 7000건 이상의 데이트폭력이 발생하며, 한해 평균 46명이 살해된다.

그렇다면 왜 데이트폭력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일까? 첫째, 우리가 가장 접하기 쉬운 매체인 드라마에서조차 남자주인공이 거절의사를 분명히 한 여자주인공의 손목을 낚아채 강제로 데리고 가는 장면을 박력있는 모습으로 비추기도하며 하다못해 배경음악은 사랑스럽기 까지 하다.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까? 아마 여성의 입장에선 경악스럽다 못해 공포스러운 상황일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다중에게 공개되는 매체의 경우는 일반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하고 신중하게 노출해야한다.

둘째, 확실한 처벌이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데이트폭력 신고를 출동하게 되면 피해자는 보복이 우려돼 혹은 사랑하기 때문에 술만 안마시면 괜찮다는 이유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인 만큼 피해자가 처벌의사가 없으면 경찰은 가해자를 처벌할 명분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최근 10년간 데이트폭력의 재범률은 80%에 이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서울 관악구에선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구속된 사례가 있는데 가해자는 불과 사건 한 달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풀려났다. 풀려난 이유는 여자친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경찰이 먼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련 법조문을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경찰은 어떤 기관보다도 시민과 가까이에 있고 사건현장에 가장먼저 출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 스스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춰야 한다. 피해자가 처벌의사가 없다고 해 바로 현장종결 시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다친정도를 알아보고 상황에 따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상해죄로 수사를 진행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음을 인지시켜 데이트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주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있어서 경찰은 무엇이고 어떤 존재들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경찰을 신뢰하고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 근거로 국민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그 어떤 기관도아닌 112, 바로 경찰을 찾는다. 신고하는 그 순간 그들에겐 우리 경찰이 유일한 희망이고 자신을 지켜줄 히어로가 분명하다. 우리는 그들의 믿음에 보답할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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