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 덕에 섬세한 연출 호평…초반 승기 놓쳐 분투

인간과 마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너도 인간이니?'

사전제작 덕에 섬세한 연출 호평…초반 승기 놓쳐 분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청춘스타 서강준(25)의 로봇 연기라니. 그저 가볍게 즐기는 로코(로맨스코미디)일 줄만 알았다.

KBS 2TV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는 인간이란, 그리고 인간만이 지닌 마음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지며 공감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코마에 빠진 남신(서강준 분)을 대신해 그의 엄마인 오로라(김성령)는 남신을 그대로 빼닮은 남신Ⅲ(서강준)를 만들었다. 난폭한 성격의 남신과는 달리 시키는대로, 입력된대로만 하는 남신Ⅲ의 행동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남신Ⅲ는 자신을 누구의 대리가 아닌 존재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강소봉(공승연)을 만나면서부터 변화를 겪는다. 오로라는 이런 반응을 '킬(kill) 스위치'를 누를까 말까 고민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오류'로 생각하지만, 소봉과 지영훈(이준혁)은 교감으로 느끼며 각자 혼란에 빠진다.

소봉이 납치됐을 때 구하러 온 장면이나 오로라에게 "로봇은 진짜 아들이 될 수 없나요"라고 묻는 장면은 남신Ⅲ에게 인간의 전유물인 '의지'가 생겨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시청자에게 심어준다.


그저 잘생긴 줄만 알았던 청춘스타 서강준은 인간 남신과 로봇 남신Ⅲ, 그리고 인간에 점점 가까워지는 남신Ⅲ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의 중심을 든든히 잡는다. 그는 몸속 부품들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한 눈빛이던 남신Ⅲ가 점점 인간의 눈을 닮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 다른 극의 중심 메시지를 쥐고 있는 건 오로라다.

억지로 헤어진 어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다소 삐뚤어진 모성애를 갖게 된 그는, 남신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 가짜인 남신Ⅲ는 폐기할 생각을 하고 있다. 친아들보다 더 오랫동안 함께한 남신Ⅲ를 언제든 버튼 하나로 없애버릴 수 있는 그는 이 드라마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열쇠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 시청자의 예상보다 일찍 남신이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남건호(박영규) 회장의 '빅픽처'가 공개되면서 극의 긴장감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밖에 초반 '민폐 캐릭터' 우려를 낳았지만 최근에는 서강준과 좋은 호흡을 자랑하는 소봉 역의 공승연과, 인간적인 고뇌를 잘 표현 중인 영훈 역의 이준혁, 치열한 권력쟁탈을 보여주는 서종길 역의 유오성과 남건호 역의 박영규도 극을 꽉 채우고 있다.


아울러 이 작품은 100억원대 제작비로 일찌감치 사전제작을 마친 덕분에 섬세한 연출과 영상미를 자랑한다.

초반 체코 로케이션, 로봇 남신Ⅲ 구현을 위한 정교한 CG(컴퓨터그래픽), 남신Ⅲ가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모습 등은 사전제작이 아닌 '생방송 드라마'였다면 욕심내기 어려웠을 장면들이다.

특히 최근 차량 트렁크에 갇힌 소봉을 구하러 온 남신Ⅲ가 어둠을 뚫고 나타나 차량을 한 손으로 때려 부수는 장면은 백미로 꼽힌다.


그러나 '너도 인간이니?'의 시청률은 5%대(닐슨코리아)로 월화극 중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 처음 캐릭터들끼리 얽히고 서사를 쌓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전개를 보여주지 못한 탓에 초반 승기를 잡지 못하고 고군분투 중이다.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의 유상원 본부장은 12일 통화에서 "앞부분에는 남신Ⅲ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후반부에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반전,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중심 스토리가 될 것이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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