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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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의 두번째 기적에 도전하는 '언더독'


(부천=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미·일 애니메이션 업계의 하청기지로 불리던 때도 있었지만 차츰 축적된 제작 기술에 독창적인 스토리와 고유의 캐릭터를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뽀통령' 뽀로로를 위시한 아동용 TV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오죽하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자녀에게 줄 선물로 뽀로로 장난감을 사 들고 갔을까.

그러나 국산 TV 애니메이션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은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작품이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둔 작품이 있다. 바로 2011년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개봉 보름 만에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로봇 태권V'도 이루지 못한 고지를 밟은 것이다.

전인미답의 경지에 도달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여세를 몰아 220만1천722명이라는 최종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그야말로 사막에서 꽃이 핀 것과 같은 기적을 이룬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2012년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 104만 명을 동원하며 100만 고지를 밟았지만,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후 7년째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이 7년 만에 신작 '언더독'으로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영화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언더독'이 12일 부천시청에서 열린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다. 그러나 주인공 '뭉치'는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유기견'이다.


영화는 뭉치가 주인에게 버려져 낯선 산속에 홀로 남겨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갈 곳을 잃은 뭉치는 폐허가 된 재개발 지역에 숨어 사는 유기견 '짱아' 무리를 만나게 된다.

'기다리라'는 주인의 거짓말을 믿고 싶었지만 결국 버려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뭉치는 유기견들과의 생활에 익숙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에서 들개로 살아가는 '밤이' 일행을 만나게 된다.

도시의 편리함이 익숙한 '유기견' 무리와 야생의 습성을 지켜온 '들개' 무리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 두 무리 모두 인간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개 사냥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궁지에 몰린 두 무리는 서로 힘을 합해 사람이 살지 않는 개들의 낙원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최용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날 개막작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애니메이션 대가의 디테일한 연출이 돋보이는 대작"이라며 "이 작품을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이미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개막식장에 입장할 때는 마냥 기분이 좋고 신났는데 막상 관객 앞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튼다고 하니 긴장된다"며 "끝까지 자리를 뜨지 말고 재미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 연출은 맡은 이춘백 감독은 "6년간 열정과 진심으로 만들었다"며 "그 감정들이 관객 여러분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기견과 들개 무리는 행동대장 격인 셰퍼드의 기억에 의지해 유토피아를 향해 나간다. 셰퍼드가 기억하는 유토피아는 무서운 냄새가 나지만 철문만 통과하면 낙원이 펼쳐지는 곳이다.

어느 정도 짐작하겠지만 이들이 향하는 '유토피아'는 비무장지대(DMZ)다. 전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병력이 대치하는 곳이지만 극소수의 군인을 제외하면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사람에게 쫓겨난 개들에게는 DMZ가 낙원인 셈이다.

오 감독과 이 감독은 우리나라의 자연을 수채화 풍으로 아름답게 표현했고, 유기견의 리더 '짱아'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박철민은 "보통 애니메이션 녹음은 한 두 번 하는데 이 영화는 녹음을 다섯 번이나 했다"며 "감독님과 그림을 그리는 모든 스태프의 피와 땀이 스며든 작품인 만큼 피와 땀이 뜨거운 감동으로 한여름 밤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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