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쪽방촌사람들 ‘힘겨운 여름’
창문 빛 안들어 어둡고·눅눅…무더위에 문 열어놓고 생활
좁은방 선풍기에 의지할뿐, 200명 거주…환경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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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찾은 대전 동구 정동에 있는 인기척이 없는 쪽방촌의 모습. 더위에 지친 거주민들은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생활하고 있었다. 사진=윤지수 기자
"숨 쉬기도 힘든 날씨에 선풍기 두 대로 번갈아 가며 간신히 더위를 피하고 있죠" 폭염경보가 내려진 12일,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대전역과 불과 100m 떨어진 곳.

동구 정동 내 속칭 ‘쪽방촌’은 인기척 없이 희미하게 들리는 TV 소리만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대전역 광장 우측으로 500m 가량 길게 이어진 쪽방촌은 오래된 여인숙과 빈 건물들이 즐비했고, 사람 하나 지나기도 힘든 좁은 골목에는 문을 옆에 두고 다닥다닥 낡은 집들이 붙어있다.

이날 오전 10시경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집안이 다 보일 정도로 문을 열어두거나 부채를 들고 바깥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사생활 보호나 주변의 시선따위는 신경쓸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이곳에 4년째 살고 있다는 손모(67·여) 씨의 집안은 좁은 창문으로 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고, 바닥은 습기로 눅눅했다.

덥고 습한 여름을 견디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는 1인용 대나무 돗자리와 선풍기 두 대가 전부다.

손 씨는 "한 대만 돌리면 선풍기가 금방 뜨거워져서 두 개를 번갈아 틀고 생활한다"며 "세탁기도 없어 욕실에서 빨래 한 번만 하고 나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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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주민들에게 겨울은 그나마 전기장판을 켜고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힘겨울 계절이다.

3평 남짓한 공간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김모(73) 씨는 비좁은 방 안보다 오히려 바깥이 더 시원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가 사는 3층은 단열도 안되고 찜통같아서 차라리 밖에 있는 게 바람도 불고 더 시원하다”며 “폭염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얇은 옷입고 앉아 선풍기를 트는 것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한 1~2년 더 살다가 죽으면 된다”고 푸념했다.

대전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정동과 중동 근처 쪽방촌에는 현재 175가구 약 2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쪽방 상담소는 혹서기에 대비한 주거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선풍기 등 여름 물품을 지원하고 1인 가구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안부 전화 등을 하지만 일시적일 뿐"이라며 "대부분이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데 주거환경이 나아져야 이분들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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