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지도 아닌 커뮤니케이션…선수 모두 자신감 생기더라”

코치로 돌아온 한화 레전드를 만나다

장종훈 수석코치
롯데 코치 생활중 본 한화 “지쳐 보여” ... 훈련량 조절해 시합 집중 분위기 생겨
타자들 응집력·집중력 크게 향상돼... 투수 호투로 후반까지 추격 의지 다져
송진우 투수코치
해설시절 본 한화… ‘하위권 탈출’ 절실, 의욕 앞서 몸이 따라주지 못한 모습
디딤발 위치 조정 등 원포인트 레슨... 선수들 능력 뛰어나 잘 받아들이는 것

한화가 단독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단일리그 기준으로 한화가 2위 이상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친 건 빙그레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참여했던 1992년 이후 26년만이다. 그 밑바탕에는 한용덕 감독을 필두로 장종훈, 송진우 코치 등 레전드 코치들이 리더십이 있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후 레전드 한용덕 감독을 선임하고,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장종훈, 송진우 등을 코치로 영입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화 레전드가 영구결번을 다시 달고 모두 돌아온 것이다. 한화 역사의 투·타 산증인들은 오랜 시간 내재된 ‘독수리의 패배의식’을 지우며 올 시즌 유쾌한 반전을 이끌고 있다. 장종훈, 송진우 코치 모두 한화 선수단에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정착됐다고 입을 모은다. 충청투데이는 장종훈, 송진우 두 코치가 생각하는 이글스의 과거와 현재를 들어봤다.

<장종훈 수석코치>

-장종훈 코치는 1990년 유격수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유격수 홈런왕 타이틀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대단한 기록이다. 유격수를 하면서 홈런을 많이 칠 수 있었던 비결은.

“사실 홈런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타순도 7번이었고, 포지션도 유격수였기 때문에 1990년 당시 경기 시작 전에 애국가가 울리면 '오늘 수비 실책하지 않고, 안타는 하나만 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배트도 짧게 잡고 스윙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선배들이 홈런타자 쪽으로 전향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자신감도 생기고, 홈런이 늘었다. 그러면서 점점 배트도 길게 잡고, 무거운 배트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몸이 호리호리하기는 했지만 스윙 스피드나 순간적인 힘은 지금 선수들 보다도 낫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웃음)”

-1990년 당시 기억에 남는 경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1990년은 첫 홈런왕이 된 해였다. 그때 경쟁자가 삼성 라이온즈 이만수 선배였다. 2개 차이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가 마지막 대전 삼성전에서 밀어서 홈런을 치면서 격차를 벌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이 스물세 살에 홈런왕이 되면서 그걸 계기로 자신감을 찾은 해였기 때문에 나에게는 특별한 해다. 하루하루 전쟁과 같이 살아남기 위해 연습을 했고, 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 홈런왕보다 그 해를 기점으로 야구 인생이 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1990년도는 정말 뜻깊은 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코치 생활 중 밖에서 한화를 본 느낌은 어떠했나. 그리고 다시 팀에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한화는 까다로운 팀이기는 했지만 사실 너무 지쳐보였던 게 사실이다. 훈련량이 많다 보니 시합할 때 힘을 쏟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수비할 때 보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화에 와서 지내다 보니 선수들이 많이 변했다. 새로 합류한 감독님, 코치들이 훈련량을 조절해 주고 있다. 코칭스태프 눈치를 보면서 주눅드는 선수 없이 활기차고, 시합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금은 정말 그 누구도 경기 중에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수석코치라는 직책의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그냥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투수코치와 수석코치를 겸하는 일은 있었지만 타격코치가 수석코치를 겸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무래도 수석코치는 감독님과 가까이 있어야 하는 직책이다 보니 경기중에 선수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부분이 힘들다. 또 감독과 코치 간 중간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다른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라면 말을 좀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웃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직책이 직책이다 보니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도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셔서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적인 타격의 팀인 한화 이글스가 최근에도 좋은 타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특별한 지도법이 있는지.

“과거 이글스의 타선은 정말 대단했다. 다른 팀 투수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팀도 그렇다. 최근 타율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우리 타자들의 응집력과 집중력은 정말 좋아졌다. 선수들이 누구라도 느끼시겠지만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선수들이 그런 쪽에서 집중력이 발휘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투수들이 생각 외로 호투를 해주고 있으니까 타자들이 지치지 않고 후반까지 추격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생기는 것 같아 투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저의 지도법이랄 것은 따로 있지 않다. 다만 강압적인 지도 방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모두 다르다. 포인트, 궤적, 폼 등이 다 다른데 그 부분을 맞춰가려고 노력한다.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고민하려고 하고 있다.”

-지역민과 한화 팬들에게 한 말씀.

“10년동안 한화가 가을야구를 못했는데 매번 드리는 말이지만 정말 죄송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선수들이 아주 잘 하고 있고, 팬들의 큰 응원에 힘을 받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현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똘똘 뭉쳐 하나가 되는 과정에 있고, 그 결과가 아주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이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 ▲ 한화 역사의 산증인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송진우 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
<송진우 투수코치>

-1990년 27세이브로 1위를 차지했다. 정우람이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면 한화 구단도 28년 만에 세이브 왕이 탄생하게 된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28년이라니 정말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웃음) 정우람 선수가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쳐서 꼭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길 바란다. 내가 구원왕을 했던 시절은 우리 팀이 아주 강했던 때다. 내가 잘 해서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한 팀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고, 야구도 잘 됐다. 정우람이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우리 팀이 강해졌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정우람을 마음으로 계속 응원하겠다.”

-1990년 당시 기억에 남는 경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프로 입단 2년차였다. 당시 11승 27세이브로 처음으로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해서 동료들과 코치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았던 해다. 무엇보다 팀이 강할 때 구원왕을 해서 정말 기뻤다. 정말 행복했던 한 해로 기억한다.

-1990년을 시작으로 11시즌이나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현재 한화 선발 투수 중 송진우 코치처럼 꾸준히 성적을 낼 선수를 추천한다면.

“누구 한 명을 딱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 중에 굳이 꼽자면 김재영 선수가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제구력이나 마운드에서 타자와 승부하는 능력, 지구력도 갖추고 있어서 지금 상황에서는 김재영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설 위원으로 활동하다 올 시즌 코치로 다시 오게 됐다. 해설위원 시절 본 한화는 어떠했고 해설 경험이 코치로서 선수를 지도하는데 어떤 도움이 됐나.

“해설위원을 하며 바라본 한화는 감독, 선수, 코치 모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위권 탈출을 위해 절실한 의지가 보였다. 그러나 욕심을 많이 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의욕이 너무 앞서서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 노력만큼의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설을 하면서 10개 구단을 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특히 어느 팀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투수 샘슨의 왼 디딤 발 놓는 위치를 바꾸면서 제구력을 잡고, 휠러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하는 등 투수 안정화에 송진우 코치의 공이 크다는 소리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실질적으로 변화를 위해 투수들에게 특별히 지도한 것이 있는지.

“선수들에게 조금씩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기는 하지만 그건 내 능력이 아니라 선수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 한 사람의 공이 아니라 선수와 코치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 결과다. 나 혼자 만들어나가는 팀이 아니고 그라운드의 주인은 선수다. 선수들이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 송진우는 '레전드'로 기억된다. 그만큼 많은 기록을 쌓아왔다는 뜻인데 특히 210승은 20승을 10년간 지속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남다른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기록인데 자기관리 비법은.

“내가 야구를 하던 시절은 트레이닝 파트나 훈련방식이 지금처럼 과학적이 아니었다. 주먹구구식에 가까웠다. 야구를 잘 하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 스스로 관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선수들이 자기관리는 훨씬 더 체계적으로 잘 하고 있다.”

-지역민과 한화 팬들에게 한 말씀.

“늘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시즌 누구나 한화 이글스가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막상 우리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시작했다. 최근 기대보다 성적이 좋아서 팬들께 좋은 야구 보여드리고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았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시즌 끝날 때까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릴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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