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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물질적인 풍요와 심리적 여유로 현대인은 성공을 위해 자신을 혹사하는 지겨운 밥벌이보다는 영혼 있는 일과 목적 있는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는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동시에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소위 천직(天職)에 대해 관심이 많다.

프랑스의 저널이스트이자 철학가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노동 없는 삶은 부패하고,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하게 한다’고 했으니 영혼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갈 가치라고 할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한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적성을 살려 작가가 되었다. 천직(天職)을 부여 받은 듯 희망과 기대감으로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열정은 어느새 온갖 스트레스로 변해버렸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결국은 천직이라 여겼던 작가의 길도 포기해 버렸다. 작가 정신, 작가 태도에 대해 심오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예술은 자신의 경험과 정신을 재창조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따라서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하기에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충만한 삶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예술세계를 탐구하고 거기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은 고통과 즐거움이 함께 한다. 이 즐거움이야말로 작가를 지탱해주는 힘도 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원동력도 되어준다. 만약 이 과정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포기함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인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1905~1997)은 3년 동안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으로 남기면서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그 목적을 실현할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소위 문화를 만든다는 사람들(작가, 전시기획자, 갤러리 운영자 등)은 비교적 삶의 목적이 뚜렷하다.

특히 잘 나가는 작가가 아닌 젊고 유망한 작가 중심의 기획전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관장은 그 신념이 더 강할 수도 있다. 문화를 제작하는 나의 즐거움을 문화를 향유하는 너의 즐거움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함이다.

그 확고한 신념은 영혼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이 일을 나의 천직으로 스스로 만들어 가는 충분한 행복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천직을 부여받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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