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지난 6일 첼리스트 권현진 리사이틀은 예술가로서 모범적인 자세와 탁월한 음악성을 보여줬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첼로와 떠나는 음악여행 II로 자신의 길을 다져가고 있는 권현진은 브람스 소나타 1번, 리게티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 그리그 첼로 소나타 a단조를 통해 고전, 낭만, 현대 소나타가 지닌 폭넓은 음악세계를 알리고자 시도했다.

현재 전해지는 2곡의 브람스 첼로 소나타 중 1번은 첼로 특유의 저음이 유장하게 펼쳐진다. 다른 첼로 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음에서 연주되는 영역이 적기 때문에 저음악기인 첼로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 권현진은 이러한 첼로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브람스 곡이 지닌 풍부한 음악적 흐름을 진지한 자세로 구현해나갔다. 3악장의 고난이도 테크닉에서 다소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각 악장이 지닌 특성을 잘 살려 수준 높은 역량을 입증했다. 리게티(1923~2006)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는 대화와 카프리치오 두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음악 작곡가 중 리게티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쓴 독창적인 작곡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첼로 독주 소나타의 느린 1악장 첫 소절에서도 흐르는 글리산도와 튕기는 스타카토를 결합해 두 사람의 이질적인 대화에 걸맞은 상징적인 동기로 호기심을 자아냈다. 아울러 2악장에서 16분음표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면서 마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논쟁을 보는듯한 재치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권현진이 연주한 리게티는 다소 관객에게 낯설었지만 특유의 자연스런 음악표현과 열정으로 현대음악이 지닌 장점을 충분히 인식시켰다. 첼리스트 권현진은 모든 곡을 외워서 연주하는 훌륭한 연주자의 자세를 보여줬다. 현대음악조차 암보로 함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소신을 당당히 피력했다.

피아니스트 김고운의 반주자로서 역량 또한 탁월했다. 연주자와 곡에 따라 자신의 음악을 조율할 수 있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첼리스트 권현진이 지금처럼 자신이 선택한 길을 꾸준히 간다면 분명 첼리스트로서 독보적 입지를 갖게 될 것이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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