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환 대전시 경제정책과장

얼마전 "밥묵자"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주었던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1987’ 코너가 종영됐다. 김대희, 신봉선, 장동민이 1980년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생활상을 코믹하게 그려 내는 장면을 누구보다 공감하면서 시청한 기억이 난다.

5남1녀 중 4째 아이로 태어난 나는 매우 엄격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밥상머리에 모여 식사를 같이 할 때도 아버지께서 수저를 드셔야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있더라도 두 번 이상 손이가면 크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식사시간에는 밥만 빨리 먹고 일어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가족과의 대화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바로 일어나곤 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 이런 환경은 지금도 5~10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는 습관과 말 수가 적은 지금의 내 성격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식사 시간조차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에 빠져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드라마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오순도순 대화하고 행복을 나누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다른 가족은 어떠할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성인이 돼서도 문제해결 능력과 성공가능성이 높은 아이로 자라날 확률이 높다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에 한명인 존F 케네디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 방법이란 없다. 다만 내가 남에게 배운 것 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다"라고 하면서 어머니에게 공을 넘겼다. 실제 어머니 케네디 로즈여사는 식탁을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 가족이 다 모이는 식사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토론주제를 부여하고 의견을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준 것이다. 이렇게 매일 가족과 함께 식사하면서 토론교육을 받은 존F 케네디는 훗날 미국대통령이 됐고 국제 문제와 국내 문제를 처리해 나갈 때 커다란 힘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 보다 흡연율은 4배, 음주율은 2배 낮게 나타났다고 발표했고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3세 어린이가 책을 통해서 배우는 단어는 104개지만 식사를 통해서 배우는 단어는 무려 1000개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서 나온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학부모정책센터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며 예의바르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져 가족 모두가 행복해 진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습관 즉, 성공할 수 있는 방정식을 풀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족모두가 식사 준비과정에서부터 식사 후 정리까지 함께 참여를 해야 한다. 직접 음식은 못하더라도 수저 정리와 설거지 정도는 같이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중에는 부정적인 말보다는 공감과 칭찬을 많이 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식의 열린 질문"을 자주해야한다. 이렇게 하면 식사시간도 여유롭게 천천히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할 수 있으며 가정의 화목과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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