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 18. 신과 함께 - 2편]
지옥같은 식이요법… 부작용만
약물치료 재개… 병원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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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의사가 제시한 마지막 치료는 식이요법뿐이었다. 불안정한 뇌파는 약물로도 안정되지 않았다. 하준이(7·가명)는 하루에도 수차례 발작을 반복했고 증상은 심해졌다. 한 번 경기를 일으킬 때면 온 몸이 굳어 숨을 쉬지 못했고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하준이는 이를 악 물었고, 그 상태에서 앞니가 모두 부러질 정도로 경련이 왔다.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된지 이미 오래. 그래도 마냥 앉아서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하준이의 뇌파조절을 위해 선택한 치료 방법은 ‘케톤생성 식이요법’으로 극단적 고지방 저탄수화물 음식 섭취. 희귀난치성 뇌전증을 앓는 하준이의 인생엔 완치란 없다. 그저 발작이 조금이라도 적게 오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부목사인 아빠 오(37·가명) 씨는 매일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1년간 진행한 식이요법 기간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 지방의 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어른도 먹기 힘든 기름을 숟가락으로 떠먹여야 했다. 먹이면 토하고, 먹이면 토하고를 반복… 초반에 잠시 효과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식이요법은 엄청난 부작용을 동반했다. 고지방 식단으로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생겼고, 구토를 반복하다보니 탈수증세도 나타났다. 효과도 미미한데 부작용이 너무 심해 결국 부모는 더 이상 식이요법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모는 1년간 진행한 식이요법을 중단했고 현재 다시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다시 발작과 경련이 심해지면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사는 수술을 하게 되면 한 쪽에 장애가 올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이달 초 하준이는 뇌파 검사를 앞두고 있다. 수술 여부도 이에 따라 결정된다.

입원도 걱정이다. 하준이는 청각이 유독 발달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다인실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1인실 이용만 가능하다. 부모는 하루에 수 십 만원에 달하는 1인실 입원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앞날이 깜깜하다.

엄마 정(35·가명) 씨는 “언제 다시 발작이 심해질지 몰라 하루 하루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완치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경련과 경기가 조금이라도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술을 안 해도 문제, 해도 문제라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도하며 버티고 있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13일 3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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