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우리나라 정치사에 역대급으로 기록될 '이부망천(離富亡川)'이라는 저급한 망언의 피해당사자인 인천시 남구가 7월 1일부터 구 명칭을 미추홀구로 바꾸었다. 동서남북을 지칭하는 그렇고 그런 식상한 이름을 버리고 역사, 문화의 뿌리를 찾아 과감하게 개칭한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 광역시급 구 명칭 대부분이 동서남북 방향에 바탕을 둔 진부한 이름이고 보면 인천시 미추홀구의 전향적 조치는 여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중, 동대문, 성동, 강동, 서대문, 강서, 강남, 성북, 강북구 등 1/3 이상이 이런 개념이고 대전 역시 대동구, 둔산구, 보문구 등으로 이름 붙이려 했는데 반대에 부딪쳐 동구, 서구, 중구라는 밋밋하고 상투적인 명칭으로 낙착된 바 있다. 오히려 창원, 청주, 수원, 부천 등 대규모 비광역시에서 지역의 뿌리를 살린 다양한 행정구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미추홀(彌鄒忽).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인천 최초의 지명으로 '물의 고을'을 의미한다고 한다. 발음은 쉽지않다. 그리고 별로 사용되지는 않아도 어렵기 짝이 없는 한자어 표기, 예산이 소요되는 여러 후속 행정 조치가 뒤따라야겠지만 과감하게 옛 지명 찾기 선두에 나선 미추홀구의 열린 의식과 자강노력은 돋보인다. 특정인물 이름이나 연대기, 고유명사를 통한 역사 뿌리 표방에 너나없이 인색한 우리 사회에서 미추홀구의 시도를 필두로 더욱 광범위하게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기 바란다.

기계적인 동서남북 지명 사용에 만족하고 고유의 정체성 확인과 자긍심 앙양에 무관심한 지역에서는 활력이나 발전가능성, 주민 삶의 질 향상이 어렵다.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전통있는 낭만적인 동 이름을 버리고 옆 동네의 3동으로 이름을 바꾼 대전 어느 지역 사례가 다시 생각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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