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충청도)가 핫바지유?"

충청 정치권을 넘어 '3金(김)'으로 불리며 현대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생전에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여기서 말하는 '핫바지'란 '뜨뜻미지근'한 충청도 사람의 성향을 빗댄 말로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 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즉 충청도는 잘 뭉치지 않으며 스스로를 힘이 없고 나약한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 깔려있다.

이처럼 충청도는 영·호남에 밀리며 핫바지란 말을 듣는 수모와 치욕을 당했음에도 20년 이상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자유한국당 충청권 의원 모임에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내 시·도당위원장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불참했다. 충청권에서 처절한 참패를 당했음에도 중지를 모아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직도 충청권은 '충청대망론'을 염원하고 있다. 3金(김) 중 유일하게 대권을 차지하지 못한 'JP의 한'이 서려있다. 때문에 뭉쳐야 한다. 김 전 총리가 별세했던 지난달 23일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이 서로 간 네탓 공방에만 몰두하며 당이 사분오열되면서 결국 친박과 비박의 계파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시기와 겹친다. 이 같은 시기에 충청권 정치인들은 통합의 정신으로 정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당에는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이어가며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인사와 당 대표와 국회부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4선 중진급의 'JP 키즈'들이 포진돼 있는 만큼 이들의 향후 정치 역할에 따라 보수통합 및 야권통합 과정에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김 전 총리가 이끌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출신의 충청권 정치인들이 김 전 총리의 타계를 보수통합의 촉매제로 만들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 영남권 주도의 보수통합에 충청권이 하나의 지분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충청 소외론’ 속에서 영원한 '핫바지'로만 남아있을 수는 없다.

백승목·서울지사 취재부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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